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월 27일에서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월 27일에서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택배 총파업'이 이렇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던가. 명절 때마다 택배 파업이 대두되곤 했지만, 올해는 뭔가 남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택배는 밖으로 이동할 수 없는 국민들의 손과 발이 됐다. 설 명절을 앞둔 이때, 정부는 '비대면 설 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며 선물을 주고받으며 명절을 보낼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잇따른 택배노조의 총파업 소식에 국민들은 긴장감을 느껴야만 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무기한 총파업 첫날인 1월 29일. 택배노조는 잠정합의안 추인을 위해 총회를 개최하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86%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잠정합의안 추인이 가결됐다. 이에 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도출된 잠정 합의안에 찬성하면서 총파업 첫날, 파업을 철회했다. 

택배노조는 "택배현장의 과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됐다"며 "앞으로 택배사들도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21일 택배노사는 '1차 사회적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양측은 합의문에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이며 택배노동자의 업무는 집화와 배송이다'라고 명시했다. 28년간 택배 노동자들에게 무임금 노동으로 이뤄졌던 분류작업이 택배사로 책임이 넘겨진 순간이다. 택배사는 분류인력을 별도로 투입하고 택배 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 차례 택배 총파업 위기가 해결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문에 서명한 지 엿새 만에 택배노조에서 무기한 총파업을 선포했다. 잉크도 아직 안 말랐는데 또다시 총파업이라니.

양측은 합의안 내용 중 '분류작업 택배사 책임'을 두고 갈등이 발생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1월 27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택배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택배사들은 지난해 자신들이 스스로 발표했던 분류인력 투입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 마치 사회적 합의의 정신이고 합의 내용인 양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가 분류작업 책임을 두고 이렇게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들이 무려 16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업무량에 쉴 틈조차 없었던 동료들의 죽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택배노조의 외침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결국 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서며 택배노사는 지난 1월 28일 국회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택배노조가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는 분류작업에 인력을 2월 4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국토부도 현장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다행히 파업에 참여했던 택배노조는 오는 1월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총파업 철회 소식에 다행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진짜인지 의문이 든다.

택배노조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날, 검색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택배 파업'이었다.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이뤄진 기자회견 현장에도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부와 택배사, 그리고 노조와의 지나친 갈등이 국민들에게 주는 피로감과 타격이 너무 크다. 부디 이제는 국민들이 마음 편히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따뜻한 선물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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