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의 '속도와 무게의 [    ] 균형' 전시회 전경.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의 '속도와 무게의 [ ] 균형' 전시회 전경.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근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통수단으로 SNS와 유튜브 등도 있지만 '미술 전시관'도 떠오르고 있다. 고객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휴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작품들로 감동까지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다. 이에 기업들은 본사 건물을 활용해 미술관을 운영하거나 하나의 콘셉트로 본사를 전시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또 음악공간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본지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전시회, 음악회 등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메세나 현장을 전달한다. <편집자 주>

1960년대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공단으로 조성된 '구로공단'에 조금은 낯선 문화공간이 설립됐다. 구로공단과 함께 40여년을 함께 걸어온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영일프레시젼이 설립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이 그곳이다.

아트센터 1층에는 여전히 영일프레시젼의 공장이 운영되고, 과거 기숙사와 원룸으로 사용됐던 건물 2·4층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3층은 주민들과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사용된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오래된 공장 건물을 고쳤지만 예술공간으로서의 운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때문에 전시장 내부 곳곳에서 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등으로 둘러싸인 벽과 낡은 계단이 공장을 넘어 구로공단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만의 이색적인 콘셉트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데 색다른 재미까지 선사한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오는 3월 27일까지 '속도와 무게의 [    ] 균형'이라는 주제로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이 지역 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포부가 담겨있다. 

주시영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와 사회의 다이내믹 안에 존재하는 내가 속도와 무게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김상현 작가의 작품. 왼쪽부터 Red Line·Green Line·Orange Line·Blue Line.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김상현 작가의 작품. 왼쪽부터 Red Line·Green Line·Orange Line·Blue Line.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전시에는 설치 작가 김상현·김시하·홍세진 그리고 스페셜 아티스트로 초청된 미디어 아티스트 유비호 등이 참여했다. 설치 작가들은 직접 구로공단의 현장 곳곳을 누비며 영감을 얻은 후 작품을 준비했다.

김상현 작가는 공장에서 폐기처분 된 기계를 유물화 해 전시했다. 특히 이 기계는 영일프레시젼의 창고에 수년간 방치돼 있던 프레스기로, 한때 산업화에 필요한 부속품을 충실하게 찍어낸 일등 공신이다. 김 작가는 프레스기 사진 이미지를 구조적·평면적으로 표현하며, 스테인리스 스틸에 음각으로 각인한 후 잉크로 색을 입혔다.

김시하 작가의 '적정온도' 작품.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김시하 작가의 '적정온도' 작품.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4층에서 단독 전시를 한 김시하 작가는 전시 공간 전체를 '적당한' 빛으로 채웠다. 김 작가는 영일프레시젼의 대표 제품인 방열판에서 착안해, 방열판의 온도 조절 기능을 작업의 테마로 가져와 공간 설치물을 구현했다. 고온을 상징하는 붉은 빛과 전등과 저온을 상징하는 창문의 푸른색 시트지 등 두 개의 빛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나타나는 '적정온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홍세진 작가의 출품작 '바늘의 끝'은 다양한 사이즈와 질감의 '구'의 형태가 전시됐다. 이는 작가가 오랜 기간 착용해 온 보청기를 표현한 형태이기도 하다. 홍 작가는 보청 기계의 진화과정과 함께 기계의 센서와 감각에 대한 호기심,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이 실현화될 미래에 대한 해석을 설치 작품으로 선보였다. 

스페셜 아티스트로 함께한 유비호 작가는 무형문화재 장인의 노동을 흑백 영상으로 담아냈다. 유 작가는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을 클로즈업 영상 기술로 기록했다. 숙련된 장인의 반복적이고 인내를 요구하는 행위를 밀접하게 담아내면서 일반 관람객들이 모르는 노동의 무게를 전달한다.

주시영 대표는 "우리는 고도의 기술과 노동이 집약돼 움직이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각자 어떤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지 전시장에서 찾아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홍세진 작가의 '바늘의 끝' 작품.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홍세진 작가의 '바늘의 끝' 작품. (사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제공)

◆'속도와 무게의 [     ] 균형' 지역 기반 프로젝트

•기간 : 2021년 3월 27일까지

•관람 시간 :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운영·토요일 정오 12시-오후 7시·일요일·공휴일 휴관

•장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범안로9길 23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02-6952-0005)

•입장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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