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2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디다스컵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경기, 온두라스 선수들이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17.03.25. ppljs@newsis.com
온두라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들은 힘이 세다. 막강한 힘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임은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켜 600여만 명의 유대인과 그 열 배에 이르는 6000여만 명 가량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했고, 존 F. 케네디(구소련의 후루시초프)는 쿠바 봉쇄로 3차 세계대전을 막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the Apartheid era)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냈고, 군부독재의 상징 전두환은 86, 88 때 스포츠 장려정책으로 체육인들로부터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은 탁구를 매개로 냉전 관계의 미국과 중국(공)의 관계를 녹여내 인류 평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고, 조지 웨아는 축구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포츠인 최초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됐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를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촌극을 벌였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인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했다.

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화되거나, 침체되곤 했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고, 그 나라의 스포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재물은 기자(시간의 물레 간 2013년, 대통령과 스포츠)의 저서를 보강한 것이다>

 

월드컵 축구로 인해 전쟁을 벌인 두 대통령

엘살바도르의 피델 산체스 에르난데스 대통령과 온두라스의 오스왈도 로페스아레야도 대통령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을 벌이다가 전쟁까지 벌였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북중미 13조 A조 지역 예선은 초반부터 혈전이었다.

당시 중앙아메리카 6개 나라 가운데 1위가 13조 A 지역을 대표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6대1의 경쟁이었다.

중앙아메리카의 여섯 나라는 한 때 비타민 결핍증으로 평균 수명이 30살도 안 되었던 엘살바도르, 60% 이상의 국민이 문맹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이웃 나라 온두라스 그리고 과테말라, 니카라과,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이었다.

6개국 가운데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두 나라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홈, 앤드 어 웨이로 본선 진출 팀을 가리게 되었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원수지간

엘살바도르와 이웃 나라 온두라스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었다. 지난 60여 년 동안 30만 명이 넘는 엘살바도르 인들이 땅이 넓은 온두라스에 이민해 들어갔고, 이들이 온두라스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사회의 상층부를 이뤘기 때문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1969년 6월 8일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벌어진 1차전은 온두라스가 1대0으로 이겼고, 일주일 후인 6월 15일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2차전은 엘살바도르가 3대0으로 이겼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엘살바도르 홈 관중이 온두라스에서 온 원정 응원단에게 집단 폭행을 가해 온두라스 응원단들이 피투성이가 돼서 온두라스로 추방을 당했다.

그런 와중에 온두라스 전역에서 엘살바도르 사람들에 대한 ‘피의 보복’이 대대적으로 벌어져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천만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6월 23일, 엘살바도르의 피델 산체스 에르난데스 대통령과 온두라스의 오스왈도 로페즈 아레야도 대통령은 급기야 ‘국교단절’을 선언했다.

당시 월드컵 지역예선은 골득실은 따지지 않고 승패만을 따졌기 때문에 1승 1패가 된 두 나라는 6월 27일 멕시코에서 단판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6월 27일, 두 나라의 최종 예선이 벌어진 멕시코시티 경기장은 관중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 

경기 결과는 2대2 무승부를 이룬 끝에 연장전에서 엘살바도르의 로드리게스 선수가 결승 골을 넣어 3대2로 승리, 엘살바도르가 멕시코 월드컵 13조 A 지역을 대표해서 본선에 진출했다. 과거 엘살바도르는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서 1조에 속해 벨기에(0대3), 멕시코(0대4), 소련(0대2) 등 3팀에 3전 전패(골 득실 0대12)로 탈락했다.

엘살바도르, 축구와 전쟁 모두 이겨

그런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두 나라의 축구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7월 13일 새벽, 온두라스에 있는 엘살바도르의 이민자들이 집단으로 무고한 죽임을 당했다고 판단한 엘살바도르의 피델 산체스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온두라스에 선전포고를 한 후 공군과 포병부대를 앞세워 테구시갈파를 맹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온두라스의 오스왈도 로페즈 아레야도 대통령도 즉각 전 군(軍)에 반격을 지시했다.

OAS 즉 미주기구가 전쟁 발발 직후 중재에 나섰으나 전쟁은 계속되었고, 화력이 달린 온두라스의 오스왈도 로페즈 아레야도 대통령은 2000여 명의 전사자가 나오자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판단, 휴전을 수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5일 전쟁’으로 불리는 월드컵으로 인한 두 나라의 전쟁에서, 피델 산체스 에르난데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기 나라 보다 8배나 더 큰 온두라스 오스왈도 로페즈 아레야도 대통령에게 KO승을 거둬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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