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의 지리산 이야기] (19) 천은사 상생의 길
[이창수의 지리산 이야기] (19) 천은사 상생의 길
  • 이창수 사진작가
  • 승인 2021.10.12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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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토지길’, ‘둘레길’, ‘섬진강길’에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입니다. 좋은 일입니다. 걷고 싶어 하는 식구들이 한글날 연휴를 맞아 지리산에 왔습니다. 식구들이 모였으니 연휴 내내 많이 먹고, 많이 걸었습니다. 오늘은 천은사 ‘상생의 길’을 갔습니다. 요즘 가을빛이 여름빛보다 더 뜨거워서 소나무 그늘이 깊은 ‘나눔길’을 먼저 걸었습니다. 이어서 ‘누림길’과 ‘보듬길’을 걸으면 천은사 상생의 길 전체를 걷게 됩니다. 우리는 ’나눔길‘은 걷고 ‘누림길’ 중간에서 옆으로 빠져 구례 읍내로 갔습니다. 식사 계획이 있었습니다. 

‘나눔길’은 소나무숲 오솔길입니다. 중간에 계곡도 있어 물소리, 바람 소리를 귀에 담고 걸을 수 있습니다. 명상하며 걷기에 좋습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가다듬어 한 걸음 한걸음에 담아내면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이 손잡고 명상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숲은 고요와 안식입니다. 

절집에 들어가면 여러 개의 건물을 지나게 됩니다. 건물마다 불교의 이치가 닿아있습니다. 천은사는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를 돌아 올라가면 극락보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건물 배치가 되어있습니다.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보제루’는 극락보전 앞에 세워지는 누각입니다. 걷기에 지친 중생들이 보제루에 뒹굴뒹굴 누워있습니다. 꼭 부처님 말씀이 아니어도 중생을 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제루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은사 숲에 저녁 빛이 들고 있습니다. 빛은 본래 청정이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루 비춥니다. 중생은 분별심에 갇혀 세상을 고루 비추질 못합니다. 그런 분별심을 내려놓으려면 ‘나눔길’ 중간에 있는 안내문을 따라야 합니다.

‘묵언의 길. 침묵하면 세상이 보이고 묵언하면 내가 보인다. 묵언은 말을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음을 뜻한다’입니다. 

오늘은 힘드니 다음 기회에 생각해볼까 합니다. 

‘누림길’은 천은사 입구 찻집에서 천은제 제방까지 이어집니다. 저수지를 끼고 데크길 따라 걷는 길입니다. 비교적 편편한 길이라 빠르게 속도를 내어 걸으면 운동량이 많아 몸에 좋고, 느리게 걸으면 생각이 깊어져 정신건강에 좋으니 걷는 속도를 바꿔가며 걸으면 몸과 마음에 좋은 산책길이 됩니다. 

길에서 길을 찾아 지금껏 왔습니다. 걸을 수 있을 때 걷는 게 답입니다. 빛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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