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에 올라온 문구들. [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에 올라온 문구들. [사진=카카오톡 캡처]

[뉴시안= 박은정 기자]"햄버거 2만원이라니 금수저이신가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앱 삭제합시다", "편의점 갔다가 스윽 돌고 나왔어요. 마치 다 먹은 기분이네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거지방'이 화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 위기 장기화로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무지출 챌린지에 이어 온라인으로 함께 절약 팁을 공유하고 실천을 독려하는 '거지방'이 뜨고 있는 것이다.

'거지방'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계좌 잔액, 대출 잔액 인증 사진. [사진=카카오톡 캡처]
'거지방'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계좌 잔액, 대출 잔액 인증 사진. [사진=카카오톡 캡처]

거지방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종류 중 하나로, 누구나 손쉽게 개설하고 가입해 모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거지방에는 일명 '나는 거지처럼 살아보겠다', '돈을 아껴보겠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운영 방식은 각 방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오늘 사용한 금액을 보고하며 고해성사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시에 상대방으로부터 따끔한 질책이 이어진다. 거지방 이용 가이드에 '호되게 혼나도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쓴 만큼 돌아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이유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거지방에 들어가 '여름 원피스 -6만9000원'이라고 올리자 '사치네요', '사치사치', '6900원이 아니라 0이 하나 더 붙은거 맞나요?', '반성하십쇼' 등의 질책이 순식간에 쏟아지기도 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비난 받았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로의 소비를 진심으로 비난하기보다 웃으며 질책하고 격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특히 지출을 아끼기 위한 '웃픈' 절약 팁들이 소개돼 온라인커뮤니티나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 회원이 "이번주 지인 결혼식이 두 개인데 축의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묻자, 카톡방에 "역으로 축가 부르고 감사비 받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짠테크' 시대, 밥값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일요일에 아무 교회가서 점심 얻어먹고 살고 있다', '무료 급식소 가실 분'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커피값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력사무소 가면 믹스커피 그냥 줘요', '커피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한잔씩 하면 좋아요' 등의 방법이 소개됐다.

이들이 거지방을 통해 단순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지방에 속한 MZ세대는 실제로 소비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대학생 박민원 씨는 "요즘 돈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거지방에 들어가보니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를 얻었다"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웃으며 풀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이에 거지방을 지속 이용하고 싶다는 MZ세대가 대다수였다. 김소라 씨는 "이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돈을 써 왔었는데 거지방에 올려야 하다보니 의식을 하게 된다"며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친구들끼리 거지방을 만들어볼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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