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주중에는 삼각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주말에는 오마카세와 고급 코스요리를 즐긴다. 고물가시대를 맞이한 MZ세대의 '쓸 땐 쓰는' 절약 전략이다. 넉넉하지 못한 지갑 사정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와 '가실비(가격 대비 실사용 비용)'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전지적 MZ시점'에서의 체험기를 연재한다. 

 

 

[뉴시안= 조현선 기자]콩나물과 강낭콩이 시장을 쓸고 간 지 채 몇해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젠 헤드폰이다. 단순 음향기기를 넘어 M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또 하나의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파이널(final)'이다. 

소리샵이 일본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파이널의 첫 무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헤드폰 'UX3000'을 국내 론칭했다. 

UX3000은 다양한 음향기기를 제작해 온 파이널의 다이나믹 드라이버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살린 점이 특징이다. 압력에 강하고, 블루투스로 인한 고음역대의 노이즈를 이퀄라이저로 미세하게 조정해 보다 선명하고 정확한 디테일화 풍성한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뉴시안은 소리샵의 도움을 받아 파이널의 UX3000을 사용해 봤다. 페어링한 기기는 아이폰12 프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6세대 모델이다.

 

패키지에는 헤드폰과 이를 보관할 수 있는 파우치, '국제 표준 규격' C타입 젠더가 포함됐다. 유선 오디오 케이블은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라야 제공할 수 있는 센스다. 

외관은 부드러운 질감의 파우더 코팅으로 마감해 제품에 지문이 묻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했다. 특유의 질감 표현은 '오늘의집'을 쓸고 지나간 크로우캐년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연상케 했다. 

착용해 봤다. 별도의 앱(애플리케이션) 없이 페어링 되면서 강렬한 연결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함께 써 본 동료는 "외산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소감을 전했다. 일반 블루투스 이어폰과 같이 알림음 정도에서 그쳤다면 '모던&시크'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무선 헤드폰을 처음 사용해 본 입장에서 느낀 첫 소감은 "아, 왜 쓰는지 알겠다"였다. 무선 이어폰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을 켜고 볼륨을 키우니 내 발걸음이 닿는 곳곳 모두 그야말로 (고요속의 외침)무아지경이었다. 

멀티 포인트 기능으로 동시에 두 개의 블루투스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 있어 친구와, 연인과 함께 무아지경으로 빠질 수도 있겠다. 

착용감도 훌륭했다. 2시간 넘게 착용하고 있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사용자의 머리 모양에 맞게 하우징을 여러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 멀티핏 하우징 구조를 채용해서다. 덕분에 누음을 방지해 줘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한층 강조됐다. 조깅할 때도 흔들림 없었다. 

그러나 장점은 곧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쿠션이 귀를 편안하게 해 줬지만 장시간 착용하니 다소 덥게 느껴졌다. 헤드폰의 숙명이니 만큼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겨울 무선 헤드폰을 귀마개 대신 쓰던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던 순간이었다.

파이널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노이즈캔슬링 시스템으로 주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다. 헤드폰 전원과 노이즈 캔슬링 기능 온/오프는 별도로 작동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헤드폰 전원을 끄고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만 따로 켜고 끌 수 있어 근무시 유용하게 썼다.

볼륨을 중간 수준에 놓고, 뉴진스의 'hype boy'를 재생했다. 지하철 안내 멘트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옆 사람의 수다 소리는 들렸지만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볼륨을 조금 더 키우니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악명높은 굉음마저 음악 속으로 파묻혔다. 

분명히 재채기를 했는데도 나의 재채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은 놀라웠다.

아쉬운 점은 중저가 제품의 특성상 사용자의 착용 여부를 감지해 재생 등을 제어하는 센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 후 별도로 페어링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재생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터리가 '순삭'되는 경우를 원치 않는다면 블루투스 기능을 끄거나, 헤드셋의 전원을 끄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세히 알아보니 사용자가 음악 등 플레이어를 재생하다 정지할 경우 헤드폰이 '대기 모드'에 진입한다. 이 경우 배터리가 많이 소모되지 않아 장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또 노이즈 캔슬링을 제어할 수 있는 점을 잊지 말자. 매번 헤드폰 전원을 껐다 켜거나, 페어링을 해제하기보다 노이즈 캔슬링을 꺼두는 것만으로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단, 대기 상태의 배터리 소모를 원천 차단하고 싶다면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과 전원을 모두 꺼두면 된다. 

그러나 단순히 스마트폰 내 플레이어를 정지시켰을 때에도 UX3000의 배터리는 꽤 오래 버텨줬다. 한 번의 완충으로 최대 35시간까지 재생이 가능한 괴물이다.

 

프리미엄 음향기기 브랜드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체감 음질은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중저음과 고음의 밸런스가 조화로웠고, 보컬이 사운드 위로 얹어지는 듯했다. 

고성능 마이크도 훌륭했다. 달리는 지하철 내에서의 통화는 다소 힘들었지만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었다. 단, 헤드폰을 낀 상태로 통화할 경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UX3000을 착용한 모습. [사진=조현선 기자]
UX3000을 착용한 모습. [사진=조현선 기자]

UX3000의 전반적인 평가는 "깔끔하다"였다. 그래도 중저음과 고음의 밸런스가 '이 정도면' 완벽했다. 노이즈 캔슬링과 안정적인 페어링,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30대 여성이 퇴근 후 만원 지하철에서 헤드폰을 끼고 있어도 아무런 시선도 받지 않게 해 줬다. 

특히 완벽하게 접히는 디자인 덕분에 미니백 안에 수납이 가능한 점도 여성 사용자를 중심으로 강점이 될 수 있겠다. 

출시가는 21만9000원. 국내 무선 헤드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쟁쟁한 경쟁사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잡을 수 있겠다. 

UX3000의 구매 및 청음은 서울 청담에 위치한 청음샵 '셰에라자드'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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