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페스타' 현장 사진. [사진=펄어비스]
지난 1일 열린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페스타' 현장 사진. [사진=펄어비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여느 기업이 그렇듯 무릇 고객이 '남바완'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늘 뒷전인 존재다. 게임업계 역시 그렇다. 유저이며 기자로써 느낀 바가 그랬다. 짝사랑은 게임사가 아니라 유저의 몫이었다. 유저가 우선이라던 그들은 초심을 잃어갔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여전히 기싸움이 팽팽하다.

이젠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무더위가 시작되던 5월, 국내 게임사와 유저 간의 '조공·역조공'이 이어졌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주어는 '검은사막'과 '아침의 나라'를 만든 펄어비스다. 

그런 펄어비스가 지난 1일 '검은사막 페스타'를 열었다. 검은사막 속 모험을 현실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대규모 축제이자, 매년 여름 개최해 온 유저 간담회 '하이델 연회'의 확대판이다. '모험가'로 통칭되는 유저들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찾은 자유를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벌여줬다.

이날 행사에는 모험가 약 400명이 참석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기며 자리를 지켰다. 이날 펄어비스는 그간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아온 새 지역 '고귀한 땅 울루키타'를 최초 공개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연거푸 쏟아냈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먼저였으며, 언론 홍보는 그 다음 순번이었다. 귀하디 귀한 주말, 8시간을 함께 해 준 모험가들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사장 한켠에 푸드트럭을 마련, 맛있는 음식으로 유저들을 대접했다. 이마저도 입장 시 펄어비스가 제공한 쿠폰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장당 1만원의 입장권 판매금은 경기도 안양시 '좋은집 보육원' 아이들의 여름나기를 위한 선물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한여름의 싼타클로스 이름은 펄어비스, 그리고 검은사막 팬들이다. 

오히려 펄어비스는 담담했다. "잘하셨던데요"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칭찬에 멋쩍은 웃음이 돌아왔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 직접 서비스 전환 이후 가장 대규모 축제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며 "9년 간 모험가들이 만들어준 검은사막의 모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재미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갈무리했다. 담담한 소회가 그간의 10년을 짐작케 했다.

사실 펄어비스는 지난 5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검은사막'의 모험가들이 사비를 모아 사옥 인근 지하철인 4호선 평촌역에 옥외광고를 게시한 것. 서비스 개시 4주년을 축하하고, 새 콘텐츠인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에 감동한 유저들이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게임업계에서는 트럭, 마차를 활용한 유저들의 시위가 활발했다. 게임사들의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운영 방식에 유저들이 반발했다. 이에 업계는 부랴부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 난리통에서도 묵묵히 제 길을 가는 펄어비스의 존재감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모름지기 알맹이 없는 '감성팔이'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사실 펄어비스는 '하이델 연회', '칼페온 연회' 등을 통해 유저와의 적극적인 소통 활동을 이어왔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꾸준함은 유저로 하여금 펄어비스의 진심을 느끼게 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서비스 품질 업그레이드를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유저들이 '검은사막' 자체 서비스 4주년을 축하하고, 회사를 응원하기위해 사비를 모아 지하철 4호선 평촌역에 게시한 옥외광고. [사진=조현선 기자]
유저들이 '검은사막' 자체 서비스 4주년을 축하하고, 회사를 응원하기위해 사비를 모아 지하철 4호선 평촌역에 게시한 옥외광고. [사진=조현선 기자]

전지적 고객 입장에서, 회사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단순히 사업 아이템을 넘어선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고맙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이사는 '검은사막 페스타'에 회사 관계자도 모르게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검은 사막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분이니까요"라는 관계자의 말에서 진정한 '본새'가 느껴졌다. 

일부 유저가 모 커뮤니티에 게임 내 불만사항을 게재하자 실제 업그레이드로 이어진 사례도 유명하다. 스쳐 지나가는 불만과 불평을 귀담아 듣고, 받아들이는 점은 유저를 일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지 않는다는 믿음을 새겨줬다. 이는 곧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애정을 넘어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일원이 돼 사측을 진심으로 격려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위기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진짜라는 말이 있다.

펄어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게임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에서도 신작 부재를 이유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위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858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78.8% 줄었다. 2분기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펄어비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줄어든 858억원, 영업손실 62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펄어비스는 유저와의 소통을 놓지 않았고,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모험가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 어쩌면 유저들의 응원 역시 성적만을 말하는 업계의 분위기에 지치지 말라는 격려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모험가들은 지난 5월 첫 옥외광고에 이어 새 옥외광고를 선물했다. 주거니 받거니, 2023년 등장한 현대판 '의좋은 형제'다. 

진정성이 모자란 게임의 유저들은 한낮의 신기루와도 같이 스쳐지나가기 마련이다. 펄어비스는 햇수로 10년을 버텼다. '아침의 나라' 조선이 500년을 이어왔듯, 모험가에게 버들잎 띄운 물을 선물하는 펄어비스라면 앞으로도 질기게 살아남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펄어비스와 모험가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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