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계열사마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카카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계열사마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카카오]

[뉴시안= 조현선 기자]지난해 글로벌 IT기업에서 시작된 '칼바람'이 판교에 불어닥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계열사마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경영난을 극복하기위해 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데 이어 지분 매각 카드를 내놓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전날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계열사 내 인력 이동을 위한 '공동체 이동 프로그램'과 전직 지원에 이어 희망퇴직이라는 강수를 뒀다. 희망자에게는 퇴직금과 함께 기본급의 최대 6개월분과 전직 지원금을 지급한다. 

지난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경력 10년 이상의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전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신청자에게는 퇴직금과 최대 15개월치의 기본급, 이·전직 지원금 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사실상 희망퇴직으로 보는 시선이 짙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인생의 다음 장(章)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넥스트 챕터'라 부르고 있다. 

카카오의 인력 감축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월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이 일괄 탈락 처리를 통보받아 논란이 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서류 전형과 코딩 테스트 등을 통과하고 면접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였던 것. 당시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등이 겹치면서 비용 효율화를 위해 보수적 인력 운용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업계는 카카오가 '희망퇴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인력 감축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 카카오공동체 전 계열사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팎에서는 최대 세 자릿수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앞서 사측은 지난 5월 클라우드 중심의 조직 재편을 결정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검색 사 업부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하고, 경영 쇄신과 효율을 통해 서비스 내실화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카카오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실적 개선이 시급해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2분기 매출 2조556억원, 영업이익은 1358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시장이 빙하기를 맞은 여파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1406억원, 카카오스타일 518억원, 카카오페이 455억원, 카카오브레인 301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38억원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른바  '대감집'으로 불리던 카 카오마저도 백기를 든 만 큼 IT업계 전반의 인력감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넷마블도 지난 2021년 4월 설립된 뷰티·헬스 솔루션 자회사 '힐러비'의 신사업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넷마블 역시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어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IT 스타트업을 향한 나비효과는 더욱 거세다. 

온라인 강의 구독 기업 '클래스101'도 올해 초 구조조정 에 착수한 데 이어 희망퇴직을  청받 았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업계 흐름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 이다. 당초 올 3월로 예상했던 시리즈C 투자 계획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측은 "스타트업 시장  경색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내외 투자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  

인력 감축에 이어 지분 매각 카드도 나왔다. 모빌리티  플랫 폼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지난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은 데 이어 '더스윙'에 경영권 60%가량을 매각했다.  '타 다금지법' 국회 통과 이후 수년 간 이어져 온 영업적자를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이마저도 당초 800억원대로 거론되던 기업가치를 절반으로 하향 조 정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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