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잇달아 요금을 인상하는데 반해 웨이브 등 국내 토종 OTT 기업들은 연간 구독권을 할인 판매하며 구독자 확보에 나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웨이브]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잇달아 요금을 인상하는데 반해 웨이브 등 국내 토종 OTT 기업들은 연간 구독권을 할인 판매하며 구독자 확보에 나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웨이브]

[뉴시안= 조현선 기자]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연이은 요금 인상과 규제로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토종 OTT 기업들은 연간 구독권을 할인 판매하며 구독자 확보에 나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장기간 구독자를 묶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내달 30일까지 연간 이용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티빙은 판매 중인 베이직·스탠다드·프리미엄 멤버십 연간 이용권을 기존 할인폭 대비 10%가량 추가 할인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연간 이용권을 △베이직 6만6000원 △스탠다드 9만원 △프리미엄 11만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웨이브도 연간 구독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거래'의 공개를 기념해 오는 22일까지 기존 멤버십을 25%가량 할인해 △스탠다드 8만7500원 △프리미엄 11만1500원에 판매한다. 웨이브는 기대작 공개에 맞춰 구독료를 할인해 왔다. 새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신규 구독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외에도 지난 8월 신세계 유료 멤버십(유니버스 클럽) 회원 한정으로 스탠다드 이용권 5개월권을 할인해 줬다.

왓챠플레이 역시 명절과 연휴에 맞춰 기간 한정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글로벌 OTT 기업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날개를 날았던 글로벌 OTT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의 전환 이후 수익성 악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구독료 할인을 고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디즈니플러스가 구독료 인상에 앞서 연간 이용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게 전부다.

부동의 1위로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는 월 구독료 인상, 광고 요금제 도입, 가구내 구성원이 아닌 사람과의 계정 공유 금지 등의 전략을 펼쳤다. 넷플릭스의 백기에 디즈니플러스도 동참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가격 책정, 비용 절감 및 마케팅 비용의 적절한 균형을 갖춘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내달부터 월 구독료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할인 프로모션을 선택한 토종 OTT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누누티비 등 불법 공유 사이트 성행으로 성장이 저조했고, 오리지널 콘텐츠 부재로 인한 구독자 이탈률도 높다. 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에 안착한 쿠팡의 '쿠팡플레이'와 달리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 확대로 부담도 커졌다.

CJ ENM의 '티빙(TVING)' 홈페이지. [사진=티빙 홈페이지 캡쳐]
CJ ENM의 '티빙(TVING)' 홈페이지. [사진=티빙 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티빙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상반기 누적 적자만 879억원에 달한다. 이에 국내 OTT 기업으로는 최초로 광고 요금제 도입 등 수익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암시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사업모델 다변화를 위해 구독형 모델 이외에 광고 모델 확대, 다양한 가격 구간 설정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티빙은 매해 적자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웨이브의 상황은 더 어렵다. 웨이브의 영업손실은 △2019년 137억원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6억원으로 집계됐다.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상위권 순위도 진작 내줬고, 설상가상으로 전환사채(CB) 상환 일정도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웨이브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던 당시 5년 이내 IPO를 약속했다. 2024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한다면 CB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객 이탈률도 높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웨이브의 지난 6개월간 평균 이탈률은 33.2%로 기록됐다. 넷플릭스(23.7%) 대비 1.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4분기 이탈률은 28.7%로 예상됐다. 고객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 절실한 때다.  

업계에서는 구독료 할인 행사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최대 1년간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락인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월 이용료 할인이 아닌 연간 이용권 판매에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 서비스 지속 이용 의향 이유(중복응답)로 '구독료 할인이 돼서'를 꼽은 비율이 각각 13.9%, 19.9%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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