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커머스 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쿠팡 '메가뷰티쇼 버추얼 스토어' 현장. [사진=쿠팡]
2023년 이커머스 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쿠팡 '메가뷰티쇼 버추얼 스토어' 현장. [사진=쿠팡]

[뉴시안= 박은정 기자]올 초부터 이커머스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2023년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1호 주인공'은 탄생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이후 적자를 감수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던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속되는 경제 불확실성에 IPO를 돌연 연기·취소했다. 대신 수익성을 강화하고자 뷰티·명품 등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멤버십 서비스도 다양화했던 한 해였다. 여기에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등장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도는 빠르게 변화했다.

올해 IPO를 추진했던 오아시스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IPO를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사진=오아시스마켓]
올해 IPO를 추진했던 오아시스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IPO를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사진=오아시스마켓]

끊이지 않았던 'IPO 잔혹사'

올해 이커머스업계의 최대 화두는 IPO였다. 올해 IPO 추진을 계획했던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줄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1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2월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던 오아시스 또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9월 목표로 상장을 추진했던 11번가도 IPO에 실패했다. 올해 IPO가 유력했던 SSG닷컴도 내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결국 올해 IPO 레이스를 완주한 이커머스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11번가는 상장 실패로 인해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난 2018년 11번가 최대주주 SK스퀘어는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조건은 5년 내 11번가 IPO였다. 

그러나 지난 9월 당초 약속한 상장 기한을 넘겨버렸다. 최근 SK스퀘어는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하고, 강제 매각 수순에 돌입했다. 11번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았다. 

'쿠팡 독주'는 여전…5분기 연속 흑자 기록

이커머스업계의 침체 속 쿠팡의 로켓 성장은 눈에 띄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 1037억원을 기록한 후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의 독주에 국내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들까지 긴장하고 있다. 쿠팡이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이마트 분기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7조3990억원, 이마트는 7조1354억원이다. 쿠팡의 역전은 3분기까지 지속되면서,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은 쿠팡과 이마트·롯데 순으로 바뀌었다.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효과는 아직

쿠팡이 멤버십 혜택 강화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면서, 타 유통업계 또한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6월 기존 G마켓·SSG닷컴의 유료 멤버십이던 스마일클럽을 '신세계유니버스클럽'으로 개편해 출시했다.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G마켓·SSG닷컴·이마트·스타벅스·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 등의 혜택을 한 곳에 모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출시 당시 1000만명의 회원 수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가입자 수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흥행이 생각보다 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뿐 아니라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도 지난 10월 '온앤더클럽'이라는 멤버십을 내놓았다. 컬리 역시 지난 8월 유료멤버십 '컬리멤버스'를 도입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올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은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올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은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이커머스 시장의 '큰 손'된 큐텐

올해에는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됐다.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한 이후 올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 5월 위메프를 인수했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 3사의 시장 점유율은 4.6%로 업계 4위에 달한다. 결렬되긴 했지만 지난 10월 11번가 인수 협상까지 참여했다. 

업계는 큐텐의 외형확대 작업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를 인수한 후 성과가 미비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컬리가 '뷰티컬리'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뷰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컬리]
컬리가 '뷰티컬리'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뷰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컬리]

뷰티·명품, 이커머스 시장의 新 레드오션

이커머스 기업들은 그동안 생필품 위주였는데 올해 뷰티·명품으로 상품을 다양화하는데 주력했다. 쿠팡은 지난 7월 명품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선보이며 새로운 쇼핑 수요를 잡기 시작했다. 그동안 백화점과 전문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명품·뷰티 상품을 쿠팡이 브랜드별 한국법인을 통해 직매입해 로켓뱃송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인 파페치까지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파페치는 3개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1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명품 카테고리까지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보다 뷰티시장에 먼저 진출한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컬리'를 첫 선보이며 1년 만에 누적 구매자 수 400만명 돌파에 성공했다. 누적 주문 건수는 600만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쿠팡이 흑자에 성공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독주를 이뤄냈다"며 "타 경쟁사들은 해마다 초저가·멤버십 혜택·배송 서비스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데 내년에는 어떤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할 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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