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고강도 자구노력을 전제로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채권자협의회를 열어 관련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함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태영건설이 산업은행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따른 조치다. 워크아웃이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이같은 사태는 글로벌 장기 불황으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기업이다. 그간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로서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해 왔지만 공격적인 PF 사업 확대가 이어지면서 PF보증채무 비중이 타 건설사 대비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태영건설이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은 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 규모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의한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지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 △채권행사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 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워크아웃을 결정하며, 이에 따른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방안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이날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우선 유도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PF사업장은 올해 9월말 기준 총 60개로, 당국은 각 사업장의 유형과 진행상황에 따라 △PF대주단 협약 △PF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PF사업자보증 △HUG분양보증 등을 통해 사업추진·정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업성·공사 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에는 자체 또는 HUG·주금공의 지원이 이뤄져 당초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완공할 수 있게 된다. 단, 정상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주단·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의 자구책 이행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함께 워크아웃을 위한 계열사 매각 및 자산·지분담보 제공이라는 추가 자구책을 제출한 상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계약자 보호를 위해서도 나선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로 1만9869세대다. 이들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이 HUG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로, 필요 시 시공사 교체 등으로 사업 지속을 유도해 분양 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에 대해서는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되 필요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와 시공사 교체를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협력업체에 581곳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현재 태영건설이 진행중인 공사 140건에 대해 수익성이 있는 곳을 선별하고,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진행이 어렵다면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이 대체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태영건설은 현재 협력업체 581개사와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다.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협력업체가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보증기관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또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높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금융사 채무를 일정기간(1년) 상환 유예 또는 금리 감면을 지원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29일) 상거래채권 1485억원이 돌아오는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만큼 이는 모두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애초에 워크아웃의 철학은 상거래 채권 불이행을 막고 금융채무를 만기연장하거나 신규 자금을 넣어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대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주요 건설사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태영건설이 374%로 가장 많았다. 다른 건설사는 △현대 122% △GS 61% △DL이앤씨 36% △포스코이앤씨 36% 등의 수준에 그쳤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태영건설이 258%로 가장 높았으며 △GS 205% △포스코이앤씨 128% △현대 114% △DL이앤씨 75%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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