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총괄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총괄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 중인 영화관과, 영상산업 성장세를 이끈 OTT 산업 모두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은 회복세를 찾고 있으나 대체재 OTT의 등장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고, OTT 산업 역시 코로나19 기간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산업과 OTT 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에 영화투자와 비슷한 투자시스템을 유치해 영상콘텐츠산업 내 자본 순환을 통해 자본 이탈을 막고 자본 축적을 유도하고, 영화관과 OTT의 상생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김윤지 수석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영화-OTT 산업 위기론과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의 경우 해외에 비해 영화관 의존율이 더 높았던 탓에 회복세가 더 더딘 상황이다. 또 코로나19 이전 제작 영화의 누적, 영화관람료 인상, 콘텐츠 소비 경제성 추구 심리 확산 등으로 ‘영화관용 영화’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OTT 산업도 글로벌 OTT와의 경쟁 과정에서 투자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OTT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

OTT 분야는 2020년 전년대비 26% 성장하는 등 코로나19 기간 전체 영상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으나 엔데믹화 이후 성장세가 다소 약화된 상황이다.

영화관 분야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상영 중단 등으로 크게 위축됐다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2022년까지도 2019년 규모의 84% 수준으로 밖에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2년 세계 시장에서 영화관 비중은 31.9%, OTT 비중은 61.2%인 반면, 한국 시장에서 영화관 비중은 41.9%, OTT 비중은 53.2%로 나타났다. 세계 시장과 한국 시장 모두 OTT가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나 한국 시장은 과거 영화관 비중이 더 높았던 탓에 여전히 글로벌시장에 비해 영화관 비중이 조금 더 높은 상황이다.

# 영화산업 위기론

2022년 기준 한국 영화산업 매출액은 1조 7064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66.7% 성장했다.

2021년에 비해 성장했으나,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 매출액(2조 5093억원)과 비교해 약 68%만 회복된 수준이다. OTT 등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라 영화산업 매출액에서 영화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반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 매출액에서 영화관 비중은 과거 80%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관 상영이 제한됨에 따라 한국 영화산업은 2020~2022년까지 약 3년 동안 전면적·부분적 휴지기를 거쳐야 했다.

2022년부터 영화관 상영이 정상적으로 재개됐으나 관람객 수는 2019년의 절반 수준밖에 회복되지 못했고, 2023년 11월까지도 영화관 관람객은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영화산업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타 선진국에 비해 영화산업에서 영화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영화관 매출 부진이 전체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큰 상황이다.

영화산업의 주력 매출처인 영화관 상영의 회복이 부진함에 따라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개봉 영화 수는 40(2018년) → 45(2019년) → 29(2020년) → 17(2021년) → 36(2022년)개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영화 투자 수익률이 저조해지고 이미 제작된 영화의 개봉도 늦춰지면서 자본금 회수가 어려워진 영화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축소함에 따라 신작 영화 제작 편수도 줄어든 상황이다.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특히 코로나19 시기 OTT 보급이 확대되면서 영화관람료와 비슷한 월정액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해져 영화관 요금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우리나라 영화관 평균 관람료는 28.7% 상승해, 영화관 산업 매출이 높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 인도(72.4%), 멕시코(3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김윤지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뚜렷한 대체재가 없어 관람료 인상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OTT라는 대체재의 등장으로 영화관 관람료에 걸맞는 영화,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비용을 치르고 보아야 하는 ‘영화관용 영화‘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진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 OTT 산업 위기론

2022년 세계 OTT 시장은 2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6.3%씩 증가해 2032년 2조 574억 7000만 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사업자들이 증가하고 콘텐츠 투자액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시장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35.3%)가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8.6%), 애플+TV(8.3%), 디즈니+(7.3%), 훌루(7.2%), 파라마운트+(6.0%), HBO 맥스(5.7%), 피코크(3.7%) 순이다.

세계 시장 1위인 넷플릭스는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아졌으나, 광고형 서비스 출시, 계정 공유 단속 등 실시로 수익성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넷플릭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8% 증가한 85억 400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22.4%, 구독자 수는 2분기 대비 870만명 증가한 약 2억 4700만명으로 나타났다.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디즈니+는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줄곧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적자폭을 늘려왔으나, 2023년 하반기 한국 시리즈 ’무빙‘을 비롯해, , ’엘리멘탈‘ ’인어공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을 공개하면서 2023년 3분기(디즈니 회계연도 기준 4분기)에 다시 유료 가입자가 700만 명 증가해 1억 1260만명을 기록하는 등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 OTT 이용자 순위는 넷플릭스(1223만명), 쿠팡플레이(563만명), 티빙(540만명), 웨이브(439만명), 디즈니+(27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들은 한국 콘텐츠에 연간 6000억원~8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윤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OTT들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때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세계 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지만, 국내 OTT 사업자들은 국내 영업에만 의존하고 있어 국내시장에서 투자액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OTT 투자 수준에 맞춰 한국 콘텐츠 제작비도 상승함에 따라 콘텐츠를 수급해야 하는 국내 OTT 사업자·방송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음을 우려한 것.

한국 드라마의 2013년 평균 편당 제작비는 약 3억 7000만원이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편당 제작비는 적게는 3~4배,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매출액도 증가하면서 적자 폭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윤지 수석연구원은 “궁극적으로 해외 사업자들에게 국내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해 한국 콘텐츠의 수익성을 높여야만 국내 콘텐츠 확보 및 해당 OTT의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더욱이 세계적으로 OTT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하는 콘텐츠 투자액 대비 수익성은 높지 않아 자본력 높은 글로벌 업체들도 투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글로벌 OTT 선두업체인 넷플릭스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연간 167억 달러(한화 약 21조 7000억원)를 콘텐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디즈니의 경우 OTT를 포함한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투자한 금액이 연간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를 넘어섰다. OTT 산업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을 계속 투자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를 제외한 주요 글로벌 OTT 기업들이 모두 마이너스 손익을 기록함에 따라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

수익성 위기는 국내 유통만 하는 국내 OTT들에는 더 큰 위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OTT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들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 때문에 한국 콘텐츠 확보에 글로벌 OTT들만큼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

김윤지 수석연구원은 “TV 시청률 저조로 광고 수익이 줄어들어 국내 방송사에서도 드라마 제작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 OTT들의 적자 폭도 늘어남에 따라 국내 콘텐츠 구매액을 줄일 수밖에 없어 OTT용 시리즈 제작 편수도 줄어들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진단했다. 더욱히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방송사나 OTT에서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시리즈만 취급 가능해짐에 따라 글로벌 OTT와 국내 OTT 사이의 콘텐츠 양극화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래픽=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위기 개선 방향은 뭘까?

김윤지 수석연구원은 “영화산업과 OTT 및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수익성 저조로 투자가 위축된 영화 투자 자본을 제작 자본이 부족한 드라마 분야로 유인해 투자 수익을 보완하면서 자본 부족을 완화시키는 해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외부 투자자 유입이 적었던 드라마 산업에서는 투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 판매 기능이 강조된 바 없어, 투자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국내 OTT나 스튜디오 기업들의 드라마 수익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역할 강화가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변화된 환경에 맞춰 향후 OTT들도 일정 비율은 오리지널 투자로, 일정 비율은 라이선스 구매 형태로 콘텐츠를 수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드라마들도 다양한 OTT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매·계약 방식을 발굴·제시해 시장 확대 필요성도 지적했다.

특히 ”벤처투자자 등 영상산업 외각에 존재하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에 대한 더 많은 제작·시청 정보들의 투명한 공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관과 OTT가 가진 온·오프라인 장점을 극대화하는 상생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화 배급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 경쟁 상대로 글로벌 OTT뿐 아니라 국내 OTT까지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입시켜 상생하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특히 영화계 또한 극장을 부활시킬 색다른 방안이 나올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콘텐츠의 힘'으로 OTT가 안긴 위기를 벗어날지, 국내 OTT 산업 또한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업그레이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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