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양육에 따른 근로자 이탈 방지와 장기적 저출산 현상 완화를 위해 출산·양육 친화적 기업 문화 조성 및 정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지난 2020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90개와 직장어린이집 10개 등 총 100개의 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2월 18일 경북 안동시와 함께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 의 70번째 어린이집인 '시립 안동하나어린이집' 개원식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출산 양육에 따른 근로자 이탈 방지와 장기적 저출산 현상 완화를 위해 출산·양육 친화적 기업 문화 조성 및 정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지난 2020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90개와 직장어린이집 10개 등 총 100개의 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2월 18일 경북 안동시와 함께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 의 70번째 어린이집인 '시립 안동하나어린이집' 개원식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한국은 현재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 최저치를 다시 한번 갱신했다. 출산율 저하는 곧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인력난을 유발하고, 시장 수요 감소로 내수기반이 축소되는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생산인구 확보 종합대책’ 보고서를 토대로 해결책을 수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출산 양육에 따른 근로자 이탈 방지와 장기적 저출산 현상 완화를 위해 출산·양육 친화적 기업 문화 조성 및 정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24년을 맞아 내놓은 ‘기업 내 친출산·양육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일·가정생활 병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업의 출산·양육친화제도는 여성 근로자의 출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임신·육아기 유연근무 활성화, 직장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출산 및 양육환경 개선정책을 시행 중이나, ‘일·가정 균형 문화 미흡’은 여전히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여성 근로자의 경력유지를 위해 희망하는 정부정책 조사 결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과 '유연근무제 도입 및 확대'가 각각 35.6%, 27.8%로 1, 2위를 차지해 기업의 일·생활 균형 문화는 출산율 제고뿐 아니라 근로자의 경력단절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협회 회원사 506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기업들은 출산·양육에 따른 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으로 경력단절여성의 활용을 1순위로 선호, 기업의 출산·양육 친화적 문화 정착은 기존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여성 유휴인력의 활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 현행 출산·양육 지원제도가 기업 입장에서 ‘인센티브가 적고 페널티가 많다’는 응답이 40.3%로 기업이 체감하는 인센티브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산·양육지원제도 관련 사업주 인센티브의 경우, 각종 제도별 활용 실적, 인지도, 향후 활용 계획 및 체감 지원 수준 모두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홍보 및 사업주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정부는 출산·양육 제도 미이행 시 제재가 따르는 현재의 ‘징벌적 접근’에서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 기업의 자발적인 이행을 독려하고 기업 내 출산·양육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장유진 연구원은 우선, 출산·양육 제도 활용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충분히 완화하고 기업의 동기 부여를 위해 현재의 현금성 지원을 넘어 세제 지원 등으로 지원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짚었다. 출산휴가·육아휴직자 발생 시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근로자의 비근로 기간에 대한 인건비·퇴직금, 대체인력 인건비, 생산성 저하 등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에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OECD 대비 높은 수준인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를 일부 감면해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 기업별 출산·양육제도 우수 이행 기준을 설정해 이행 수준 및 기업 규모별 세액공제 폭을 차별해 공제하는 방식 역시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기존의 출산·양육지원제도를 간소화하고, 기업들이 각 사업장 상황에 맞는 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출산·양육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출산율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 역할에 따라 나뉘는 출산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육아휴직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활용률이 높지 않은 제도·사업은 ‘출산·양육친화 기업인증’을 신설해 인증절차는 간소화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식으로의 개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인증 유인 확대를 위해 세제 혜택 등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증 혜택을 제공하고, 인증제도의 인지도 제고 및 인증기업 사용자 브랜딩을 위한 홍보 강화를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기존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출산·양육제도 활용으로 인한 업무 공백 및 돌봄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근로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선, 근로자의 근로형태 유연화를 더욱 장려를 꼽았다.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 기업 내 출산·양육지원제도 시행으로 인해 인력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63.8%로 과반에 달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확대 지원, 육아기 재택근무 지원 등 육아휴직 대상자의 근로 형태 유연화 지원을 강화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양지원 연구원은 사내 양육 인프라 지원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돌봄 공백은 저출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해당 인프라 구축 시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출산·양육 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직장보육시설의 경우 활용 불가하다는 응답이 64.6%였으며, 직장보육시설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 중 향후 도입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94.7%를 차지하는 등 기업은 양육 인프라 구축에 큰 부담을 느끼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될 숙제다.

현재 직장어린이집 의무사업장 제도는 대기업 위주의 경직적인 이행 조건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민 대부분이 종사하는 중소기업은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민우 연구원은 “의무 사업장 범위를 확대하면서 이행 조건을 유연화하고,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상생형 어린이집’을 구축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보육 인프라 저변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강구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인센티브 지원 방식은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가속해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에 출산·양육 친화적 문화가 고착화 될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되,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인재확보 차원에서라도 c친출산·양육 제도 활용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활용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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