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경기여성 JOB 페스타'를 찾은 구직자들이 무료공예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경기여성 JOB 페스타'를 찾은 구직자들이 무료 공예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은퇴자와 경력단절여성 등 유휴인력 328만명 중 5%만 경제 활동을 하면 구인난과 생산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24년을 맞아 내놓은 ‘생산인구 확충을 위한 유휴인력의 경제활동 촉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한편,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약 328만명 규모의 유휴인력의 활용이 중요하다”며 “경력단절 여성·중장년퇴직자·비근로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다시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3700만명 수준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30년까지 32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현재 생산연령인구의 약 3분의1이 사라질 전망이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구인난 규모를 뜻하는 일자리 미충원 인원은 2022년 기준 18만5000명에 달하며 매해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이는 유휴인력 328만명 중 약 6%에 해당하는 수치로, 유휴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활동 촉진이 이뤄진다면 산업현장 인력난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유휴인력의 5% 가량이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되고(+16.4만명) 그 중 50%가 구인난 부문에 충원될 경우(+8.2만명), 현재의 인력난을 일정 부분(현 미충원인력의 약 50% 수준) 해소 가능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우선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의 주된 원인이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일-가정 양립 불가' 문제임을 감안해 근무장소·시간의 유연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애초에 경력단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접근성이 우수한 양질의 보육 인프라 확충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2022년 기준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140만명에 달하며, 만 25-54세 여성 중 42.6%가 전 생애에 걸쳐 경력단절(평균 경력단절 기간 8.9년)을 경험했다. 기혼여성의 자녀유무에 따라 경력단절 경험 비율이 크게 차이(32.8%p)나는 것으로 볼 때, ‘출산 및 육아’ 문제가 경력단절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비활동경제인구 중 약 42.0%의 비중이 육아 또는 가사로 인한 비활동 상태로, 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적 경력단절 인구가 상당히 두터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경력단절 주원인인 ‘육아 및 가사’가 일과 양립 가능하도록, 근무형태(시간·장소)를 유연화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가사와 일의 병행이 가능한 근무형태(재택근무, 시간제근무 등)로 일자리를 유연화해, 근로 의향은 있으나 물리적 출퇴근에 제약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성부 설문에서도, 경력재개를 위한 비취업여성의 정책수요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및 ‘일-가정 양립’이 높게 나타나, 근무형태의 유연화에 대한 니즈가 확인됐다.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출산·양육기 여성의 이탈 방지 및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근무형태 유연화를 민간 기업에 장려할 수 있도록 우수 이행기업에 대한 장려금,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스웨덴의 경우 일찍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초점을 둔 복지정책을 도입하고 공공서비스를 확대해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주력,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여성고용률(79.8%)을 달성했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부모휴직할당제를 도입했으며, 그 결과 2016년 기준 부모휴직 수혜자 중 45%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취업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및 경력단절이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정부는 직장 접근성이 우수한 보육인프라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과거 대비 교육·건강 수준이 높고 근로의사도 높아진 중장년퇴직자를 활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됐다.

저출산 심화 추이에 따라 청년(15-29세)인구는 2022년 900만명 → 2030년 734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고령화 상황이 비슷한 일본, 독일 등에 비해 한국은 중장년(55-64세)의 고용률이 낮은 편으로, 퇴직을 맞이하는 중장년층에 대한 고용유지·고용촉진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산업현장의 인력난 완화와 중장년퇴직자의 공적연금 개시연령(60~65세)까지의 소득절벽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짚었다.

OECD 또한 한국의 연공서열 중심 인사체계에 따른 50세부터의 조기퇴직, 명예퇴직 관행 등이 고령 퇴직자들을 생산성 낮은 단순 서비스업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은 2006년부터 고용확보조치 등을 통해 근로자의 법적 정년 60세 도래 시 기업에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의 방식으로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음에 주목했다. 중장년 근로자는 공적연금 수령개시 시점(1965년생 기준 만 64세)까지의 소득절벽을 해소하고, 기업은 숙련도·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잃지 않는다는 면에서 양측이 상생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 아직 인지도 및 활용도가 미진한 상태로, 제도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장려금 규모도 점진적 확대, 경력기반 취업지원, 신규 직업훈련 등 재취업 촉진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래픽=한국무역협회]
[그래픽=한국무역협회]

이밖에 저성장·고경쟁 시대 속 입시, 취업, 대인관계 등에서 반복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결과, 유의미한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하는 비근로청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를 지적했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최근 청년층 인구 감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 중인 반면, 청년 ‘쉬었음’ 인구는 2005년 대비 무려 60.3% 증가(2005년 39만명 → 2022년 62만명)했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청년 ‘쉬었음’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은둔·고립, '쉬었음' 상태 등으로 표현되는 비근로 청년들이 현 상태에 고착화되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갖고 성공경험 제공 및 사회 재진입 정책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10년 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인구에 대한 처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는 것.

김민우 수석연구원은 “고립·은둔 청년은 전통적 복지제도 방식으로는 이해하거나 지원하기 수월하지 않은 신(新) 취약계층으로, 청년친화적·지속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며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낮아진 자존감에 대한 회복과 자신감 충전, 이후 심리적 활력 회복, 사회 재적응, 사회 재진입 등 단계별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유휴인력이 경제적 비활동 상태로 고착화될 경우, 인적자본 손실 뿐만 아니라 향후 각종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우리 정부 및 사회의 행동이 시급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