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김도진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킹 메이커'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틀 전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오는 15일 대표적 경합지인 중부 위스콘신 주 지원유세를 필두로 선거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공식 지지 선언에 앞서 오바마는 클린턴 전 장관의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격려했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클린턴 전 장관에게 협력해줄 것을 간곡히 설득해 샌더스 의원의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샌더스 의원은 경선 레이스의 마지막 무대인 오는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를 끝으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서는 것은 일찌감치 예상된 수순이었다. 민주당 정권 연장을 위한 '외길'로서 오바마-힐러리의 상생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란 핵합의와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파리 기후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자신의 국내외 업적, 즉 '오바마 레거시'(Obama legacy)를 유지하려면 클린턴 전 장관의 승리를 도와 민주당 정권을 연장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전해듣고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여러 해에 걸쳐, 격렬한 경쟁자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반겼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해 4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래 오바마 대통령은 외견상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아킬레스 건'인 '이메일 스캔들'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쳐준 이는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지난 4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 관리상의 부주의를 인정했지만,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그녀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다고 계속 믿고 있다"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졌다. 미 언론이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 스캔들' 건으로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말에도 50%를 웃도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트럼프 공격의 선봉에 설 전망이다. 특히 위스콘신을 비롯해 클리블랜드와 마이애미, 덴버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와 '러스트 벨트'의 주요 도시를 돌며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힐러리 지지유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이 연임하는데 절대적 지지기반이었던 젊은층과 히스패닉, 흑인 등의 지지를 유도하는데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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