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탈핵자전거원정대 관계자들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큰 방향성이 20일 결정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최종 권고안을 의결해 발표한다.

문 대통령은 어떤 결정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부가 지난 6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한 이후 찬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해온 터라 공사 재개든, 중단이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3~15일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합숙 토론회를 진행하며 한 달여 간의 숙의 과정을 마무리한 공론화위원회는 모든 조사 결과를 종합하되 시민참여단의 찬·반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날 경우 다수 의견을 기준으로,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 시민참여단 의견 분포 변화를 중심으로 권고안을 작성해 제출할 방침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토론회 직후 비공개로 권고안을 작성한 가운데 찬반 양측의 주장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어 결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진영에서는 원전을 없애면 결국 화력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어 건설 중단에 따른 전기 요금 상승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건설 중단을 주장하며 탈원전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대체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탈원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백중세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3.8%, 재개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3.2%로 나타났다.

이날 최종 권고안이 제출되면 정부는 오는 24일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상정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국민적 여론이 반영된 최종 권고안을 수용함으로써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당장 관련 기업과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일감이 없어지고, 지역 주민들은 당장 생계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매몰비용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정부가 공사 일시 중단을 발표할 당시 종합공정률은 28.8%(시공률 10.4%)로,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1조6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보상비용까지 합하면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이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향후 대체 발전 비용과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수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이 재개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진영에서의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한쪽 진영은 불만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다.

공론화위원회가 기계적 공정성에만 치우쳐 양극단의 의견 반영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찬반 양측 모두의 불만이 커지는 결과가 초래되면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용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다만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정부에 있는 만큼 결과를 수용해야 하고, 정부 또한 결론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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