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한국거래소 노동조합.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을 놓고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해당 노동조합은 30일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 단독후보로 추천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거래소 노동조합은 "이사장 선임을 즉각 중단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선임하라"고 주장했다.

6대 거래소 이사장 선임 절차는 2달동안 진행되면서 시종일관 관피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추천위는 정찬우 전 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0개월 만인 지난 8월 1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단독후보로 추천된 정지원 사장은 오는 31일 열리는 거래소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거래소 지부는 30일 오전 10시께 거래소 서울 사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조합은 "거래소 이사장은 단순한 금융 공공기관장이 아니라 하루 평균 90조원이 넘는 금융 상품이 거래되는 우리 자본 시장의 최고 책임자"라며 "오직 시장 하나만 보고 정치, 관료 권력, 지역주의로부터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대한민국이 채용 비리로 들끓고 있다"며 "금융과 공공 분야에서 유독 심했다는 것은 채용 비리도 결국 관치의 폐해 중 하나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치의 주체는 낙하산 기관장과 임원"이라며 "금융과 공공분야 낙하산 청산이 망국적 인사부정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지난 61년간 거래소 이사장은 낙하산에만 열린 기회였고 이번에는 '모피아' 몫으로 돌아갔을 뿐"이라며 "거래소 본사가 위치한 부산 여론도 의식해 회전문 인사까지 돌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독립성과 책임이 담보되지 않는 '밀실' 추천 관행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벌써 금융위원회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다"며 "지난 10월19일 금융위원장이 '제2의 벤처 붐'을 언급하자마자 정 사장은 거래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코스닥 활성화를 꼽았다. 바로 이틀 뒤 금융위 부위원장이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현정 위원장은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 정권에서와 똑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후진적인 이사장 선임 구조를 혁파함과 동시에 관치금융에 기초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투쟁을 계속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대 발언에 나선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문가와 노동자, 시민사회의 반대까지 무력화시키고 임명을 강행했을 때 정권이 요청하는 청부 정책들을 비롯해 채용 비리까지 초래하게 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정말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면 공공성과 안정성, 독립성이 핵심인 금융 분야에선 사장 선임 절차를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체로 납득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원 신임 이사장 후보. 사진=뉴시스

정지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자는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일한 뒤 금융위원회에서 은행감독과장, 감독정책과장,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2015년 12월부터 3년 임기의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 대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 로욜라대 대학원 법학 석사 학위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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