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 특보의 미군철수 관련 기고문이 정치권에서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 특보의 미군철수 관련 기고문이 정치권에서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발언에 청와대는 2일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야권은 문정인 특보에 대한 비난과 공세를 퍼부었다. 문정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내용을 팩트체크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지난 달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다.(It will be difficult to justify their continuing presence in South Korea after its adoption)"라고 한 발언을 두고 야당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다는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2일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의 입을 빌어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정인 특보와 선긋기에 나섰다.

또한 임종석 비서실장도 문 대통령의 지시로 문 특보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전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일종의 경고를 전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 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고,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평화협정은 유엔군을 포함하여 중국 등 주변국과 함께 하는 것이고,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 간의 문제라는 것.

김 대변인은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청와대가 급히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지난해 6월에도 문 특보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과 미군 전략 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청와대 편에서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를 보냈지만 야권의 원성에도 문 특보를 해임하지는 않았다.

또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을 중지하고 한국과 미군은 군사훈련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석 달 뒤 문 대통령은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합동 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했고, 북한도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훈련은 중지됐고 남북한 단일팀과 북측 인사들의 참석 등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편 지난해 5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문 특보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이야기했는데, 문 대통령은 사드 진상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했다.

이러한 이유로 야권에서는 문 특보의 말이 거의 다 이루어졌다면서 문 대통령과 문 특보가 동의하에 역할을 분담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한다.
 
사실 외교안보 방면에서 문정인 교수의 예측과 진단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의 발언 상당수가 현실로 이루어졌다면, 그의 예측이 그만큼 정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정권의 대북 정책 방향이 잘못되어 남과 북이 갈등과 경색으로 치달아 결국 개성공단 폐쇄로 끝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트럼프가 먼저 꺼낼지도 모를 주한미군 철수

지난 2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면철수 카드를 먼저 꺼내들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 무역에서 미국이 겨우 3%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무역불균형이라고 정의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가 비록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낸다고 해도 이를 실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정설이다. 카터 대통령 때도 철수 문제가 거론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미국의 일관된 한반도 정책은 힐러리 클린턴의 말대로 ‘긴장 유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더구나 급속히 부상 중인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할 수 있는 존재도 주한미군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경비 가운데 한국 쪽 부담 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북한의 핵 포기에는 다행히도 ‘주한미군 철수’가 조건으로 붙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순탄한 북미 정상회담 전개를 전망하고 있는 이때 이번 문 특보의 발언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청와대에서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발 빠르게 문 특보의 발언에 선긋기하고 나섰지만, 문 특보의 기고문은 사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거나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할 때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 한 구절에 불과하다.

평화협정 체결되면 65년 된 주한미군 역할 달라질 것
  
1953년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이 땅에 머물게 된 미군은 앞으로 평화협정이 이루어지면 그 지위와 역할이 바뀔 수밖에 없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라는 이름으로 65년째 유지된 주한미군은 이제 새로운 역할 모색의 시점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성격이나 위상에 대해서는 보수 쪽에서도 ‘변화’ 요구가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우리도 나토(NATO)처럼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며 전술핵을 이 땅에 들여놓자고 요구했었다.

이제 평화협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마당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어떤 성격과 위상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문 특보가 기고문에서 다룬 문제 역시 평화 협정 이후 주한미군 주둔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평화협정이 체결 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필요성, 또 그 규모와 경비 등의 문제도 다시 따져봐야 할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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