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원 DMZ마켓의 의미는 각별하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 냉전 종식의 과정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사진=주미영 기자)
올해 철원 DMZ마켓의 의미는 각별하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 냉전 종식의 과정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사진=주미영 기자)

[뉴시안=주미영 기자] 뉴시안이 6월 2일 철원 DMZ마켓을 찾았다.

이 플리 마켓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월 말 노동당사 광장에서 개장했다.

오는 11월 말까지 이 시장은 매주 토요일 열린다.

6월과 9월의 마지막 주 토·일요일에는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과 함께 운영한다.

철원 DMZ마켓은 철원의 온갖 특산물과 농산물이 팔리고, 소박한 이곳 농민과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멋이 있다.(사진=주미영 기자)
철원 DMZ마켓은 철원의 온갖 특산물과 농산물이 팔리고, 소박한 이곳 농민과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멋이 있다.(사진=주미영 기자)

철원 DMZ마켓에서는 지역 내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한 농특산물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철원의 쌀로 빚은 조청과 막걸리, 버섯이며 부추 같은 농산물, 농민들이 시간을 쪼개 만든 예쁜 장신구와 직물류가 장마당에 펼쳐졌다. 건강하게 재배한 콩으로 빚은 된장과 간장의 향기도 그윽하다.

먹거리와 가공식품의 주재료도 대부분 철원군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다.

철원산 농특산물을 사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6월 2일에도 수 백명에 달하는 외지인이 이곳을 찾았다.(사진=주미영)
철원산 농특산물을 사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6월 2일에도 수 백명에 달하는 외지인이 이곳을 찾았다.(사진=주미영)

마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 12일 개최가 확정된 바로 다음날이다. 방문객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시장에서 만난 철원군 농민 김성호 씨(55)는 “남북 자유왕래가 실현돼 이곳 노동당사 광장에서 철원 오대쌀로 빚은 ‘대작막걸리’를 북측 주민과 취하도록 마시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1945년 해방 이후 북한 땅이었던 이곳에 당시 주민들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제일 먼저 노동당사를 세웠다.

1,2층은 사무국 공간이고 3층은 강당으로 썼는데 일제의 지방 관료들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극렬히 통제하던 한을 이곳에서 풀었다.

6·25가 발발하고 주변에 많던 관공서 건물은 다 폐허가 된 채 스러지고 노동당사만 유일하게 남았다.(사진=주미영)
6·25가 발발하고 주변에 많던 관공서 건물은 다 폐허가 된 채 스러지고 노동당사만 유일하게 남았다.(사진=주미영)

강당에서 회의도 하고 풍물연습도 하는 마을사람들의 ‘광장’ 노릇을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6·25가 발발하고 주변에 많던 관공서 건물은 다 폐허가 된 채 스러지고 노동당사만 유일하게 남았다.

노동당사로 오르는 계단에는 꼭 전차 폭만큼의 무너진 선이 칸칸이 이어지는데, 주민들은  이 선이 미군의 전차가 이 계단을 오른 흔적이라 설명한다.

건물 전면에 총탄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흉물이 된 건물의 모습을 보면 전쟁 당시 요란했던 포성과 총성이 들리는 듯하다.(사진=주미영 기자)
흉물이 된 건물의 모습을 보면 전쟁 당시 요란했던 포성과 총성이 들리는 듯하다.(사진=주미영 기자)

건물 뒤편에는 포를 맞아 일각이 무너진 앙상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했던 증오의 상처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 되는 역사의 슬픈 현장이다.

노동당사는 6·25 이후 남한의 소유가 됐다. 북에서 건물을 짓고 남에서 관리를 했던 셈이다.

이 자리에 남과 북의 공동 주민센터를 짓고 오순도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할 수 있는 장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날이 오고야 말 것을 이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이 헛된 구호나 허황된 꿈이 아닌 시대로 철원군민의 삶이 이어질 수 있을까.(사진=주미영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이 헛된 구호나 허황된 꿈이 아닌 시대로 철원군민의 삶이 이어질 수 있을까.(사진=주미영 기자)

철원 사람들은 남북 평화시대의 중심에 자신들이 서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 그런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꿈과 같이 황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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