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식 모델' 에 따른 북한 핵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 한 쪽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리비아식 모델' 에 따른 북한 핵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 한 쪽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리비아식 모델'에 따라 북한 핵 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미국은 초미의 관심사인 회담준비에 한창이지만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보좌관은 뒷방 신세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북 문제에 관해 개입해왔는데, 이제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 명확해졌다.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사안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주고 그의 결정에 따르는 반면 볼턴 보좌관은 북핵 협상에서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트럼프, 폼페이오에 주도권 주고 볼턴은 거리두게 해”

지난 1일 북미회담의 마지막 조율자로 등장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관료 중 유일하게 폼페이오 장관만 대동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대북 매파인 볼턴 보좌관은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가 막 무르익을 즈음 이른 바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들고 나왔다가 북한의 맹비난을 받았다.

리비아는 핵 개발 초기단계였고, 북한은 이미 완성된 단계인데, 리비아식 모델을 따르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물론 이는 불턴의 해방공작이라는 게 미 국무부의 시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발언에 격노했고, 직접 나서서 볼턴의 주장을 공개 부인했다.

볼턴, 북미회담 방해하려고 일부러 리비아 모델 발언?

사실상 볼턴의 ‘리비아 모델’ 발언은 북미회담을 깨뜨리려는 의도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실제로 리비아 모델 발언이 나오자 북한 김계관 제1부상은 ‘북미회담 재고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어 회담은 위기에 빠지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부위원장과 회의할 때 볼턴이 참석하게 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볼턴은 배제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관해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협상 자리에서 배제함으로써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맞대고 앉을 수 있는 기준을 상당히 낮췄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도 북미회담 위기에 빠뜨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하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리비아 같은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북한 최선화 외무성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은 펜스 부통령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북미 대화를 주도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 사이 갈등과 충돌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9일 미국 정치전문 언론 폴리티코는 폼페이오와 볼턴이 같은 보수매파이기는 하지만 세계관과 관심 분야가 완전히 달라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폼페이오와 볼턴 불화는 불가피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볼턴이 현직에 임명되기 전까지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폼페이오는 볼턴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접근법의 ‘동기’에 의문을 품어 왔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항상 북미 정상회담 문제를 주도해 왔다. 볼턴 보좌관은 기관 간 상호 협력과 통합을 위해 일하며 대통령에게 국가안보적 옵션을 제시한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 발언 이후로도 볼턴을 신뢰하고는 있지만, 북한 문제에 관해선 현재로선 폼페이오 장관과 발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빠르게 보좌진을 교체하는 데다 종종 본인의 직감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와 폼페이오의 짝 맞춤이 얼마나 지속될지 역시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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