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직원조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직원조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지만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한 2014년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에 대한 분석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통한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다.

공정위가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설립·지분 매각 등을 통한 규제 회피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5.7%였던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에는 11.4%로 감소했다. 내부거래 규모도 12조4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은 14.1%, 규모는 14조로 다시 증가했다.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56개사만 놓고 보면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13.4%에서 지난해 14.6%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유독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인 상장사는 2013년 15.7%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에는 21.5%까지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로 따지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비교해 내부거래 비중은 작지만 평균 내부 거래 규모는 2.9~3.9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 회사를 물적 분할한 뒤 간접 지배한 기업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의 경우 내부거래 규모 및 비중은 600억원, 16.3%였지만, 2017년기준 600억원 15.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도입 이후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는 8개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5.7%에서 내부거래 금액이 26.6%로 증가했다.

모회사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는 규제 도입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규제대상 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 광고대행사로 설립된 이노션이 규제 회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다.

정몽구 회장 일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도입을 앞두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을 29.9%까지 낮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노션은 현대차 그룹과의 내부거래 규모가 2013년 1376억원에서 2017년 2407억원으로 1.7배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도 40%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엔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삼성웰스토리는 1982년 그룹 내 연수원의 급식·식음료 서비스업체로 설립됐다. 총수 일가는 일감몰아주기 도입 직전인 2013년, 100% 자회사 설립을 통해 삼성웰스토리를 간접 지배하는 편법을 활용했다.

삼성웰스토리의 내부거래 비중은 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36~40%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1조7300억원 중 1/3이상이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웰스토리의 연간 당기순이익 대부분은 총수 일가에게 배당으로 지급됐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이후에도 편법이 자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분을 낮추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등의 규제 회피를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일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사에 대해 규제범위를 차등화 했지만 실제 상장사에서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통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자회사의 경우에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해 모회사의 총수 일가에 간접적으로 이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며 간접지분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포함하는 의견을 내놨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토론회, 간담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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