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레이스] 문화비축기지, 재생건축의 대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IT 플레이스] 문화비축기지, 재생건축의 대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 정윤희 기자
  • 승인 2019.06.2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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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석유파동, 가격 폭등으로 석유 탱크를 매립했던 석유비축기지의 탈바꿈
다수의 전시ㆍ공연 프로그램뿐 아니라 카페, 야외 무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구성
문화비축기지의 T6 공간은 커뮤니티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 (사진=정윤희)

[뉴시안=정윤희 기자] 영국 런던에서 빠지지 않는 관광명소인 '테이트 모던 박물관(Tate Modern Museum)'. 이곳은 과거 화력 발전소로 쓰이다 방치된 폐건물이었으나 런던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살려낸 곳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대영박물관을 제치고 방문자수 1위에 등극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재생건축은 하나의 건축 트렌드로, 환경적ㆍ경제적인 측면과 문화적ㆍ역사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생건축은 한마디로 '낡거나 쓸모없어진 건물이지만 그 속에 품고 있던 의미나 정신을 그대로 이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 

최근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힙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의 상당수가 재생건축의 결과물이다. 공장을 개조해 카페를 만든 제주 홍대ㆍ앤트러사이트나 폐교를 꾸며 만든 당진의 아미 미술관, 숙박업소를 미술관과 카페를 겸한 보안여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규모는 물론 그 역사적이 의미까지 큼직하게 담은 재생건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오늘 IT플레이스에서 만나볼 '문화비축기지'다.

쓸모없는 폐건물에서 서울 명소로 거듭난 문화비축기지 (사진=정윤희)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기지'라는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듯 비범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1974년 석유 파동으로 국제 유가가 엄청나게 폭등함에 따라 서울시 안에 석유 탱크를 매립해 5개의 탱크에 저장했던 석유비축기지다. 

1급 보안 시설이었던 이곳이 바로 옆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폐쇄되고 쓸모없는 장소로 전락했다. 이를 처리할 방안을 마땅히 찾지 못하다가 서울시는 2013년 재생건축의 일환으로 석유비축기지의 변신을 시도하는 시민 대상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서울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를 저장했던 탱크를 각각 테마를 가지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기존 5개의 탱크를 각각 T1, T2, T3, T4, T5 로 명명하고 T1과 T2의 내외장재에서 떼어낸 철을 재활용해 하나의 탱크를 추가로 설치, T6 커뮤니티 공간을 완성해 총 6개의 공간으로 운영된다.

원래 탱크의 모양새로 대형 유리돔 형태로 만들어진 T1 파빌리온은 각종 전시회와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바로 뒤편 암벽이 고스란히 보여 과거 깊숙이 자리잡은 석유 탱크의 모양을 짐작케한다.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 덕에 이곳은 인기 사진 촬영 장소이며 인스타그램의 인기 스팟이기도 하다.

T2는 실내 공연장과 넓게 펼쳐진 야외무대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야외 무대는 기존 비축기지였던 부속물을 한켠에 살려 무대를 삼고 넓은 광장에 돌을 깔아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날씨가 좋다면 하늘을 천장삼아 앉아있어도 사색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문화비축기지 T2의 야외무대 (사진=정윤희)
석유탱크의 원형 그대로 보존한 문화비축기지의 T3 (사진=정윤희)
서울미래유산 명판이 새겨진 T3 입구 (사진=정윤희)

T3는 녹슨 석유 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과거의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가 보는 탱크의 크기는 상상보다 엄청 커 당시 서울 시민들의 한달 사용량의 석유가 담겨 있었음을 실감케 한다. 고스란히 남은 시간의 흔적, 우리의 역사의 한 조각을 마주하며, 재생건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프로젝트임을 경험할 수 있다.

그외 기획전시실로 쓰이는 T4, 문화비축기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전시공간 T3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커뮤니티 센터인 T6에는 카페와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6월과 8월 중에는 12개의 자연과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을 관찰하며 사진과 그림, 글을 쓰는 사진숲필, 춤을 통해 건강을 배우는 어바웃 보깅댄스, 물을 통해 다양성을 배우는 예술놀이, 손으로 만드는 직조기술 등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과 경험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참가비는 유료(2천원-5천원)이며 직장인과 가족 단위로 참여 가능하다.

문화비축기지의 T6에 위치한 카페 계단 (사진=정윤희)
재생 건축물답게 원형 그대로 살려내기 위한 흔적이 돋보인다. (사진=정윤희)
T3 공간은 문화비축기지의 역사와 건축 기록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정윤희)
T6 카페 내부 (사진=정윤희)

문화비축기지는 월요일 휴관, 야외시설은 연중 무휴이며 뒤쪽으로 매봉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이 있어, 가족 명소는 물론 연인과 친구끼리 서울 시내에서 손쉽게 즐기기 좋은 장소이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함께 촘촘한 연결고리를 가질 때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한 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졌을 역사의 현장을 그 의미를 그대로 품은 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거듭난 문화비축기지는 여러 모로 방문의 가치가 충분하다. 시즌마다 색다른 프로그램과 행사가 넘치는 문화비축기지에서 진짜 '문화'를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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