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 대신 '빛'을"…정부·은행권, 연말 대출 규제에 소상공인 등은 '이중고'
[기자수첩] "'빚' 대신 '빛'을"…정부·은행권, 연말 대출 규제에 소상공인 등은 '이중고'
  • 임성원 기자
  • 승인 2020.12.29 0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가운데, 예년과 다른 연말 분위기의 홍대 인근 모습. (사진=임성원 기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됨에 따라 예년과 다른 한산한 연말 분위기의 홍대 인근 모습. (사진=임성원 기자)

[뉴시안= 임성원 기자]#1 개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 12월 들어서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업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저녁 하루 매출 정산을 하는 데 현금 매출이 3000원이었다. 추운 날씨 속 매장 내에 들어와 잠시 몸을 녹이고자 온 손님을 애써 돌려보내는 게 요즘 일상이다. 월말이 다가오면서 가게 임대료와 직원들의 월급 등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문을 두드렸지만, ‘2000만원 이상의 신용대출은 안 된다’, ‘연말까지 비대면과 영업 창구에서 모두 대출 접수를 할 수 없다’ 등의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신용관리도 잘했고, 마이너스 통장이나 현금 대출 등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 한없이 높아진 대출 규제 문턱 때문에 이번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모르겠다”라며 하소연했다.

#2 헬스장을 운영하는 양 모씨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하면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집합 금지 업종에 포함돼 문을 닫게 됐다. 겨울철 비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잘 버텼는데, 이번 달 월세를 내야 할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최근 헬스 트레이너들이 유튜브로 넘어가 ‘먹방’(먹는 방송), ‘홈트’(홈트레이닝) 등 콘텐츠를 선보이는 추세에 따라 해볼까 하는 생각했지만,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엄두가 안 난다. 상반기 어려울 때 대출을 두 차례 받았던 그는 다시 한번 대출을 받고자 했지만, 대출이 차단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고개를 떨궜다. 

2020년 연말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25일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241명으로 국내 발생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도 999명으로 1000명 내외로 증가하며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연말연시 방역 강화 특별대책에 따라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방역 지침이 내려진 가운데, 28일 종료 예정인 수도권의 거리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에 적용 중인 거리두기 2단계 등의 조치도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이에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은 영업 매출을 걱정하면서도 이번 달 월세와 직원들 월급 등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생계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연말에 대출 규제를 한층 더 높인 은행권 움직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연말까지 사실상 대출을 중단한 상태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이달 말일까지 신용대출을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2000만원을 넘으면 취급을 막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000만원 이하의 대출은 허용했지만, 당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이 총 1억원을 초과하는 고객은 제외된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보다 더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오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쏠편한 공무원 신용대출’,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등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지난 23일부터 6영업일 동안 영업점 창구에서 대출 신규 접수도 제한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의 판매를 제한한 상태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4일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등의 비대면 전용 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지방은행도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DGB 무방문 주택담보대출’, ‘IM직장인 가계신용대출’, ‘쓰담쓰담 간편대출’ 등 주요 비대면 대출 취급을 막았다. 전북은행도 지난 11월부터 ‘JB 다이렉트 직장인신용대출’, ‘BEST 직장인신용대출’ 등의 취급을 제한했다. 다만, 이미 대출받은 건에 대해선 갱신이나 대환대출은 중단되나 만기 후 연장은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속속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마이너스통장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10%포인트 인상했다. 또 지난 17일부터 이달 말일까지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케이뱅크도 지난 21일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통장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0%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은행권이 연말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데 따른 대출 규제를 시행한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서민금융 상품은 계속해서 취급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KB국민은행은 대출 희망일이 내년 1월 4일 이후나 대출서류 최초 송부 일이 이달 21일 이전인 경우는 승인을 내준다. 또 ‘KB새희망홀씨Ⅱ’, ‘KB사잇돌중금리대출’, ‘KB행복드림론Ⅱ’, ‘KB징검다리론’ 등 서민금융 지원 상품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긴급 생활안정 자금의 목적이라면 예외적으로 본부 승인심사를 거쳐 취급할 수 있도록 운용한다.

은행권의 잇따른 연말 대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지켜달라고 주문한 것을 반영한 결과이며 연말에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와 리스크 확대 방지 등의 취지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은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을 규제한 바 있다.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제한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신용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4조8495억원 가량 폭증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가 이달 들어 21일까지 1225억원에 그쳤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은 올 연말 코로나19 한파에 이어 제1금융권의 대출 규제 한파에 속이 더 타들어 가고 있다. 이들은 가계 사정이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 문턱이 높아진 제1금융권의 대출 중단으로 장기카드대출(카드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금리가 연 2~3% 수준인 것과 달리 제2금융권의 금리는 연평균 14%대 이상이라 소상공인 등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선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제2금융권의 대출 이용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대출을 추가로 막는 ‘두더지 잡기’식 대출 규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연말 신용대출 규제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투’(빚을 내서 투자한다) 등 열풍에 따른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대출 조이기’였길 바란다. 정작 신용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 등의 생활비 목적 대출 취급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마냥 빚으로 버티는 현실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을 지원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올 연말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제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내년 2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코로나19가 내년 상반기에 되어야 진정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위 당·정·청 협의회는 지난 27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영업 피해가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3차 재난 지원 방안을 내놨다. 영업 피해를 고려해 100만원을 일괄 지급하고, 방역 지침에 따라 집합 금지·제한 업종에 임대료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등 지원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이에 실내체육시설 등 집합 금지 업종에 200만원, 커피 전문점·음식점 등 집합 제한 업종은 100만원을 각각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춘 ‘착한 임대인’ 대상으로 세액공제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해 소상공인 등의 임대료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일정 소득 이하’ 임대인의 법인세와 소득세에 적용하는 조치로써 구체적인 대상은 추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내년 1~3월까지의 전기요금과 고용·산재 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등의 납부를 3개월 동안 유예하고 저금리 융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12월까지 누적 피해액을 고려하면 아직 이들의 숨통을 트이기엔 역부족이다. ‘생계자금’의 목적으로 신용대출에 기대는 소상공인 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들의 피해 보상을 적극 반영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