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야구장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 때 발언한 내용 가운데 지금도 회자(膾炙)되는 말은“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이 꿈꾸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코로나 19가 창궐해도 비교적 검역을 잘한 나라”도 아니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집 마련에 대한)의 꿈을 잃게 하는 나라”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청년 실업률 15% 이상(실제로 체감 온도는 20%가 넘는)”나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1년 남짓 남은 재임기간 동안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학교폭력 즉 학폭으로 얼룩진 스포츠계를 “폭력이 없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모든 학생 선수들이 행복하게 스포츠를 즐기게” 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최근 스포츠 계 학 폭 문제는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선수로부터 시작되어 남자배구, 프로야구 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1960~70년대 군부정권 하에서 시작된 ‘스포츠 성과주의의’ 폐해로 반세기 이상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계’가 아니라 ‘폭력계’

그동안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크고 작은 폭력이 난무(亂舞)했었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인성이 채 갖춰지지 못한 초등학생 선수부터 지도자들까지 일상(日常)이었다.

다른 분야보다 스포츠 계에 유난히 ‘학폭’이 많았던 이유는 선수 본인, 지도자는 물론 학부모까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교야구만 해도 중학교 야구선수를 둔 학부모들은 “폭력이 행사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지도자가 폭력을 행사하는 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는 “내 자녀가 얻어맞아서라도 대학이나 프로에 가야 한다”는 ‘서글프고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포츠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선수를 양성’해 왔었다. 그 과정에서 폭력 등 부조리가 묵인되어 왔었고, 수많은 ‘학생 선수’가 아닌 ‘선수 학생’ 들을 희생시키면서 살아남은 소수의 우수 선수들을 집중 지원하면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력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오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스포츠는 생활체육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대표가 나오고 결국 거기에서 국가대표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까 억압을 해서 만들어지는 선수가 아닌 선수들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국가나 사회가 그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 중심의 엘리트 스포츠는 선수들과 지도자와 협회를 학연, 지연 등의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잘못된 관행에 대한 내부 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의 선수 폭행, 심지어 선배의 후배 선수 구타, 동료끼리 따돌림 같은 악습을 근절시키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포츠계가 달라져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오히려 학폭 가해자의 구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장이 교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와 결단 즉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올림픽 출전, 건너 뛰거나 축소할 특단의 대책 세워야

첫째 꽃으로라도 제자(팀 동료나 후배)들을 때린 지도자(선수)는 즉시 물러나도록 하되, 그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만약 그대로 남아있는 지도자(선수)는 법과 도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두 번째 엘리트 스포츠의 성과지상주의 스포츠의 상징인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도쿄올림픽은 물론 이어진 올림픽(2024 파리, 2028 LA 올림픽,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 포함) 가운데 한 번 정도는 과감하게 출전을 포기하거나 출전선수들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한다.

만약에 (올림픽 등 국제대회 불출전) 실현이 된다면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국가대표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급 학교나 크고 작은 회사 스포츠부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험과 고급기술을 전수해 주는 ‘스포츠 달인 제도’를 만들어 교사급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진천(태릉) 선수촌을 전국의 사회체육인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

조기 축구, 사회인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동호인, ‘서브 쓰리 마라토너’ 등 등 각 지자체 사회 체육 인들이 최고 수준의 훈련 기구와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즉 자신이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되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 또한 학교 체육은 모든 학생 선수들이 모든 수업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상을 당하거나, 기량 향상에 한계를 느끼더라도 다른 분야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인성을 쌓고, 학우들과의 우정도 깊어지게 된다. 스포츠 훈련은 방과 후나 주말에만 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체육뿐만 아니라 남녀 프로배구, 여자 프로농구 등에 남아 있는 합숙제도도 없애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체육 특기자 제도’도 없애야 한다.

다섯 번째 전국체전을 경쟁 구도가 아닌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예에서 드러났듯이 최숙현을 죽음으로 몰아갔었던 것은 ‘전국체전 마스터 장윤정’이 후배 최숙현을 괴롭힌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전국체전이 경쟁 구도이다 보니 전국체전용 팀이나 선수들이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체전도 소년체전처럼 경쟁이 아닌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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