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들은 힘이 세다. 막강한 힘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임은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켜 600여 만 명의 유태인과 그 열 배에 이르는 6000여 만 명 가량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했고, 존 F. 케네디(구 소련의 후루시초프)는 쿠바 봉쇄로 3차 세계대전을 막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the Apartheid era)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냈고, 군부독재의 상징 전두환은 86, 88 때 스포츠 장려정책으로 체육인들로부터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은 탁구를 매개로 냉전 관계의 미국과 중국(공)의 관계를 녹여내 인류 평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고, 조지 웨아는 축구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포츠인 최초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됐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를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촌극을 벌였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인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했다.

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화 되거나, 침체되곤 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었고, 그래서 그 나라의 스포츠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재물은 기자(시간의 물레 간 2013년, 대통령과 스포츠)의 저서를 보강한 것이다>

 “이장수 감독은 중국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명장이에요.”

2012년 8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경축 기념식장에서 시진핑 부주석은 이장수 감독을 언급했다. 당시 시진핑은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등과 축구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20여 년 전에는 중국, 한국, 일본 축구의 수준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한국 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사가 “얼마 전에 한·중 프로축구팀 간 대결에서 중국 팀이 대승을 거둔 적도 있다”고 시진핑에게 접대성 발언을 했다. 그러자 시진핑이 놀라운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 대사의 말을 받아 “아! 그 때 한국 프로축구 팀을 이긴 중국 프로축구 팀은 광저우 헝다 팀이에요. 당시 광저우 헝다 팀은 한국인 이장수 감독이 맡고 있었을 때였어요”라고 답해 해박한 축구 지식을 보여 주었다.

시진핑의 이어진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시진핑, 축구 가장 좋아하고 많이 알아

시진핑은 “그날 광저우 헝다가 전북 현대에 아마 4골 차(5대1)로 이겼을 거예요. 그런데 광저우의 승리는 용병들 때문이었어요. 광저우가 수십억 원이 몸값을 주고 데려온 클레오, 콘카, 무리키 등의 용병들은 아시아 선수들 보다 한 수 위였어요. 그래서 저는 광저우 헝다가 전북 현대에 이긴 것은 용병들 덕이기 때문에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이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광저우 헝다는 콘카에게 1200만 달러의 이적료를 기록했고, 클레오와 무리퀴도 각 320만유로, 350만 달러의 이적료를 주고 스카우트 해왔다.그는 5개월 여전에 있었던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2012년 3월7일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 AFC 챔피언스리그 32강전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11년 한국 챔피언 전북 현대가 역시 2011년 중국 챔피언 광저우에게 1대5로 대패를 당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시진핑은 2012년 10월 베이징 궈안 팀을 방문해서도 선수들에게 따끔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우리나라가 친선경기에서 브라질에 0대8로 패한 것이 우리나라 축구의 현주소다. 그런데 슈퍼리그(중국 프로축구) 팀들이 외국선수 보유와 경기 출전을 더 늘리려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당분간 외국선수들이 슈퍼리그에서 뛰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숫자를 점점 줄여 나가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중국 축구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시진핑은 축구선수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부터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축구 빅게임은 빼놓지 않고 직접 관전하고 있다.

그가 2011년 미국을 방문 했을 빼 미국 측은 시진핑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을 간파하고 LA 즉 로스엔젤레스에서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 시진핑 축구이론, 전문가 수준 넘어서

농구장에는 시진핑과 함께 전설적인 NBA 가드 출신의 매직 존슨과 미국 프로축구 팀에서 뛰고 있는 영국의 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함께 했는데, 두 스타플레이어가 각각 자신이 활약했던 종목의 유니폼에 사인을 해서 시진핑에게 선물을 했다. 그런데 시진핑이 매직 존슨의 농구 유니폼 보다 베컴에게 받은 축구 유니폼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시진핑은 베컴에게 “나는 당신의 팬이다”라고 말한 후 궁금한 것을 묻기도 했다.

“그렇게 정확한 프리킥을 차기 위해서 따로 킥 훈련을 하느냐.”, “모든 훈련이 끝난 후 30분 내지 1시간 정도 킥 훈련을 한다.”, “프리킥이 골로 들어갔을 때 어떤 기분이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는 그에 앞서 2008년 7월15일 친황다오(秦皇岛)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와 2012년 2월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그라운드에 내려가서 직접 공을 차기(시축)도 했다.

두 차례 모두 축구화가 아닌 일반 구두를 신고 킥을 했는데, 시진핑의 킥 력은 조기축구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였다.

2011년 7월4일 시진핑이 내한(來韓)했을 때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 의원이 박지성의 친필 사인이 담진 축구유니폼을 선물했다.

시진핑은 선물을 받자 크게 웃으면서 손 대표에게 말했다.

“내게 3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중국축구가 (2002 한일월드컵,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이라 어부지리로 출전)에 이어 또 한 번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에 오르는 것, 두 번째는 중국에서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중국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축구계에서는 시진핑이 축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진핑이 있을 때 중국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 까지는 어렵지만, 2002한, 일 월드컵 축구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축구클럽을 운영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과 대출 편의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시진핑 부주석이 정권을 잡기 전부터 대기업들이 축구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슈퍼리그 16개 팀 가운데 중국 감독보다 비싼 몸값의 외국감독이 팀을 맡고 있는 팀이 대부분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중국축구협회도 유망주 육성 등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협회는 2011년부터 유망주들을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