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민주당에 ‘조국’은 무엇인가. 민주당 경선기획단(단장 강훈식 의원)은 지난 1일 이른바 ‘조국 흑서’ 필진인 김경율 회계사를 대선 예비후보들을 검증할 면접관으로 선임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해영 전 의원, 김소연 뉴닉 대표 등과 함께 였다. 김 회계사는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진보 진영의 권력지향적 태도, 무비판적 사고가 민낯처럼 드러났다”면서 조 전 장관 사모펀드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그러자 일부 후보들과 당내 강경파들이 김 회계사 선임에 강력 반발했다. 두 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유인태 전 의원으로 면접관을 바꿨다. 

‘김경율 면접관’이 알려진 직후 정청래 허영 이재정 의원 등은 김 회계사 선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sns 등에 올렸다.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낙연 정세균 대선 후보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는 사과하고 경선기획단은 전원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당원 입장에서 후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시각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전에 돌입하면서 민주당 내 미묘한 기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작은 일 같지만 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민감성을 갖고 있다. 그렇잖아도 정세균-이광재 후보가 연합전선을 형성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천명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단일화 이후 이낙연 후보와의 단일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vs 반이재명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발생했다. 반이재명파는 이번 일을 송영길 지도부를 흔들고 입지를 줄이는 쪽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말은 안했지만 송 대표의 ‘경선연기 불가’ 결정 등에 대해 곱지 않은 심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부 사과, 경선기획단 사퇴’를 주장하는 막후 배경이다. 

‘김경율 사퇴’ 사태는 민주당이 ‘조국’으로 상징되는 과거와 결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민주당 내 ‘반이재명’ 흐름이 여전히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말해준다. 민주당 후보 앞에는 누가 되든지 분단된 내부부터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