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인근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인근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당초 해당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심사를 앞두고 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통해 윗선 수사의 물꼬를 틀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성남시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수사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살피던 검찰은 수사를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이렇다할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약 두 달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겼지만 그 이후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태다. 

앞서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도 제자리 걸음이란 평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다. 검찰은 그가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앞서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께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시장님' 등을 거론하며 사표를 받아내려 한 정황이 담긴 대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 실장'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시장님'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 전 사장은 이들이 자신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개발 사업을 주도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사표 제출을 거절하는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아니냐. 시장님 얘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의 이 발언이 실제 이 후보의 지시를 의미하는지, 단순히 사퇴를 거부하는 황 전 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표현인지는 검찰이 규명해야 할 대상이었다. 때문에 수사팀이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그를 연결고리로 삼아 윗선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다수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 같은 윗선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다른 한 축인 로비 의혹에 있어서도 '50억 클럽' 명단 속 인사로 언급된 이들 가운데 실제 오간 돈이 드러난 곽 전 의원의 혐의도 입증하지 못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사실상 '대장동 패밀리'들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멈추고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관련자인 유 전 본부장의 사망하면서 여야는 앞 다투어 특검 도입을 외치고 나섰다. 하지만 수사 규모와 범위를 두고 여전히 여야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특검이 대선 전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 조오섭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오래전부터 대장동 사건의 성역 없는 특검을 주장해 왔다”며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빼자며 특검마저 좌지우지하는 초법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차승근 부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재명의 민주당’은 말로만 하는 특검 말고 당장 특검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특검법을 즉각 처리하도록 지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재명후보나 윤석열후보도 특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대장동 특검’ 도입을 외치는 속내는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성남시장이던 시절 불거진 문제인 만큼 ‘대장동 논란’이 부각될수록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당초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이재명 후보의 발목을 잡을 악재로 꼽혔다. 하지만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원 성과금’ ‘윤석열 후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만 드러나 역풍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검의 시기와 대상 등을 두고 시간을 끌어 온 여야는 이대로 계속 시간끌기를 하며 서로 남탓을 하는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까지 불과 8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국민의힘이 올 9월 국민의당과 함께 제출한 특검법안에 따르면 특검 수사에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70일이다.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활동 기간이 최장 120일인 셈이지만 12일 기준으로 대선은 87일 남겨둔 상황이다. 여야가 특검에 최종 합의한다 하더라도 대선 전 결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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