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가 30년만에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된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KBS수신료가 30년만에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된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기존 전기 요금에 합산돼 징수됐던 TV 수신료가 30년 만에 분리 징수된다. 당장 다음달부터 전기 요금 고지 항목에서 TV 수신료가 제외될 예정인데 정확한 징수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국민 혼란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전체 회의를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즉시 시행된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영방송 KBS·EBS의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행령 개정안은 공포 즉시 효력을 가진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모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내야 한다. 이에 한전은 지난 1994년부터 약 30여년 간 일정의 수수료를 받고 KBS를 대신해 월 2500원 상당의 수신료를 전기세에 합산해 위탁 징수해 왔다. 위탁 징수는 모든 가구에 수신료를 일괄적으로 선청구하고, 각 세대가 KBS 측에 TV 미소지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말소하는 식으로 진행해 왔다. 모든 가구를 방문해 TV 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 불황 장기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환경적 요소 그리고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던 KBS에 대한 반발이 통합 징수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대중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기 요금과 더불어 제2의 세금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 통합징수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한전과 KBS 간의 계약 중 '통합징수' 부분이 원천 무효가 된다.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기 요금을 통해 강제 징수하는 방법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국민 여론을 고려해 방통위는 이번 분리 징수안을 두고 시청자의 '납부 선택권'이 돌아온 것으로 봤다. 종전에는 합산 징수 특성상 이의가 있어도 단전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무조건 납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TV 수신료 납부 중지가 더욱 간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 고객센터나 KBS 수신료 콜센터 등에 문의해 수신료 납부 해제를 신청하면 된다. 

수신료 분리 징수로 시청자들의 재량권은 커졌지만 구체적인 분리징수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 역시 "현실적으로 TV 수신료 분리징수에는 최대 3~4개월가량 걸린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란을 막기 위해 한전은 당장 이달부터 KBS와 EBS의 방송 수신료 청구서를 전기요금 청구서와 따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전기요금 청구서에 절취선으로 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시행령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기료 미납'으로 보진 않는다. 단전 등 이에 대한 불이익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그러나 TV수상기, 즉 TV가 있어도 수신료를 내지 않는 경우 3%의 가산금(900원)이 부과된다.

한편 분리 징수로 발생되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한전이 손해를 보며 위탁징수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언급한 만큼 추가 징수 비용을 KBS가 더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KBS 역시 "분리 징수 이후 수신료 수입은 62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 여론상 TV 수신료를 전기료나 준조세처럼 강제 징수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신료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논의됐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KBS와 한전 간 분리징수의 방법, 비용 부담 협의까지는 최대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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