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1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된 투자자 웹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데이브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1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된 투자자 웹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뉴시안= 조현선 기자]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부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빅3' 체제가 예상된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각) 개최한 웨비나를 통해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전략을 공개했다.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기존 자사 반도체 사업 부문을 팹립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 사업 구조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파운드리가 외부 고객사인 팹리스 주문을 수주해 생산하듯 내부의 제품 사업부가 CPU와 같은 특정 반도체 생산을 주문하면 독립된 제조 사업부가 수주하는 식으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팹리스 회사가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이를 위해 내년 1분기부터 제품·제조 그룹을 분리해 회계 자료를 발표한다. 제품 그룹에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및 엣지 등 세 개 분야를 제품 사업부에 포함한다. 제조 그룹에는 △제조 △기술개발 △파운드리(IFS) 등이 포함돼 각자의 독립성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해당 계획이 실행될 경우 인텔은 반도체 사업에서 2023년 30억 달러,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 사업부가 외부 팹리스처럼 수주를 맡길 경우 불필요한 테스트칩 생산을 줄이고, 테스트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인텔의 설명이다. 제품 생산 지연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계획의 목표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팹리스,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진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지만 파운드리 업계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또 인텔 파운드리에 수주를 맡긴 고객사가 인텔 설계 사업부로의 정보 유출을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파운드리 독립성 향상으로 신뢰도를 제고해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인텔 역시 IDM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했다. 진스너 인텔 CFO는 “이번 결정은 인텔이 ‘IDM 2.0′으로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IDM은 반도체 비즈니스 최적화라는 강점을 가졌지만 2010년대 들어 TSMC 등 위탁 생산 전문 기업과 AMD 등 팹리스 기업의 성장으로 존재감이 약화된 바 있다. 이에 인텔은 지난해 IDM 2.0 전략을 발표, 파운드리 사업 강화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또 늘어난 매출로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지위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인텔의 파운드리 매출은 7억6800만 달러로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내년 1분기부터 적용할 경우 내부 발생 매출로만 2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부 팹리스 생산 건까지 합산할 경우 기존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를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연간 매출액은 208억 달러로 집계됐다. 기존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에서 '빅3' 체제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인텔의 사업 재편으로 내부 파운드리와 외부 파운드리는 각자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현재 인텔의 반도체 중 약 20%는 외부 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되는데 경쟁 심화에 따라 이 비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편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 18일 250억 달러를 투입,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독일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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