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은행들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데 따른 불법·부당행위가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뉴시스]
최근 시중 은행들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데 따른 불법·부당행위가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상미 기자] 최근 시중 은행들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은행원들의 불법·부당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고객 동의 없이 임의 계좌를 개설하는가 하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사익을 챙기고, 거액 횡령사건까지 저지르는 등 신용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은행의 낯빛을 흐리고 있다.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1000여 개의 주식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확인돼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뉴시스 등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본인 동의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예컨대 고객이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식이다.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10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사진=대구은행/뉴시스]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10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사진=대구은행/뉴시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이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특히 일부 대구은행 직원들은 자신들이 고객의 증권계좌를 몰래 개설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객에게 가는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이번 건과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금감원이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검사에 착수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이번 건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루 앞서 지난 9일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증권업무를 대행하며 미공개정보로 127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동 조사를 통해 증권업무를 대행한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연루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KB국민은행은 1일 평일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KB 9To6 Bank(이하 ‘9To6 뱅크’)10개 영업점을 추가하여 전국 총 82개 점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1일 평일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KB 9To6 Bank(이하 ‘9To6 뱅크’)10개 영업점을 추가하여 전국 총 82개 점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진=KB국민은행]

금융당국 조사 결과 증권업무를 대행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은행 내부의 업무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 중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이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정보공개 전 대상 종목 주식을 매수하고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대상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약 총 66억원 규모의 매매 이득을 취득했다.

이들 중 일부는 KB국민은행 내 타 부서 동료 직원과 가족·친지·지인(회계사·세무사 포함)에게 무상증자 실시 정보를 전달하고 약 총 61억원 규모의 매매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 이것으로 본인과 타인을 통해 취한 총매매 이득은 127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조사 초기 현장조사 및 포렌식을 실시해 중요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매매분석과 금융계좌 추적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와 별도로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정 여부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증권대행 부서 내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관리 등에서 미흡한 점이 대거 발견됐다. 향후 금융당국은 ▲고객사와 상담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취득 최소화 ▲증권대행 부서 내 직원 간 불필요한 미공개정보 전파 최소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 강화 등 내부통제시스템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소속 임직원의 미공개정보이용 행위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공동 조사를 활성화하고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사익추구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증권대행·여신 등 계약관계를 통해 주권상장법인의 내부정보가 집중되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은 자본시장법상 준내부자”라며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주식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해당 비위 사실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의 긴급조치(Fast-track)를 거쳐 검찰에 통보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뉴시스]

또한 지방은행인 경남은행에서도 562억원의 직원 횡령·유용 혐의가 지난 2일 확인됐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은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해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경남은행은 투자금융 부서 직원 A씨에 대한 자체감사를 통해 77억9000만원의 PF대출(project financing, 특정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상환자금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지난달 21일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했고 A씨의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총 횡령 규모는 562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와 비슷한 횡령 사례가 없는지 전 금융권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앞서 최근 금감원은 경남은행에서 PF대출 관련 횡령이 발생하자 전 은행권 PF 자금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PF 점검을 은행권에 이어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

금감원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PF대출 자금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내부통제 적정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PF대출은 건설 사업장의 공정률에 따라 대출이 여러 차례 실행되는데, 자금집행이 잦은 만큼 담당 직원이 돈을 가로채기 더 쉽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 건도 송금할 때 계좌주명을 임의변경하거나 자금인출요청서를 위변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저축은행권 등에서 잇달아 PF 관련 횡령이 발생하자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순환근무·직무 분리뿐 아니라, PF대출 자급집행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PF 대출할 때 수취인명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지정계좌 송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PF대출 자금을 인출할 때 자점검사와 준법감시부의 검사를 정기·수시로 실시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에서 주로 발생했던 PF대출 횡령이 은행권에서도 발생한 만큼, 향후 금감원은 관련 대책을 은행권에도 대거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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