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잇따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역시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인만큼 업황은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카드]
국내 카드사들이 잇따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역시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인만큼 업황은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카드]

[뉴시안= 김상미 기자]현대카드만 활짝 웃었다.

국내 카드사들이 잇따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역시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인만큼 업황은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중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억원(12.8%)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한 3169억원, 2위사인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8% 감소한 2906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KB국민카드는 1935억원으로 20.04% 하락했다. 이 외에도 하나카드는 38.8% 감소한 726억원, 우리카드는 819억원으로 38.7% 하락해 업계 하위사들은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뉴시스는 카드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이유로 잇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확충으로 인한 비용 지출을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신전문회사채의 금리도 인상됐는데, 이 채권은 카드사들이 전체 자금 조달의 70~80%를 차지하는만큼 이자비용이 늘었다.

하위사들의 부진이 심화된 것도 여전채 금리와 연관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거래일인 지난 14일 여전채 3년물의 민금리를 보면 AA+는 4.461%, AA와 AA-는 각 4.552%, 4.801%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카드사일수록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 중 상반기 당기순익이 증가한 카드사는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뿐이다. 다만 롯데카드는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돼 실질적으로 매각 효과를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1%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572억원을 시현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지난 3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과 4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단독 파트너십 체결 등 회원 유입과 신용판매 실적에서 호조를 보여서다.

현대카드의 금융 취급액은 상반기동안 4조4705억원으로 1조8655억원(29.4%) 감소했으나 신용판매 취급액은 71조6188억원으로 같은 기간 7조2666억원 늘어 10.6% 증가했다. 금융 취급액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의 취급액을 뜻한다.

회원 수는 지난해 말 이후 43만명 증가했는데, 애플페이 도입 이후 급속도로 유입한 2030세대가 이를 견인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카드의 회원 수는 1179만명으로 KB국민카드의 1176만8000명을 웃돌고 있어 순위 변동 또한 발생했다.

그럼에도 하반기 역시 업황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채 금리가 약 두달간 4%를 유지하는데다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과거 보고서에서 "2023년 1분기 신규발행 평균 금리를 2023년 만기도래 채권의 평균금리를 비교하면 약 1.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리스크 역시 부각되고 있다. 상반기 카드사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보다 0.38%포인트 상승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으로 몰려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도 이같은 상황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등 경제악화로 신용회복 신청건수와 소액대출 신청건수는 상반기에만 각각 9만1981명, 2만3264명으로 연말께는 역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대출받은 기관은 신용카드사, 대부업체, 시중은행, 저축은행 순인데 신용카드사였던 경우는 평균 21만4536건으로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연체율은 6.7%(2202명)였으나 2022년에는 연체율이 10.5%(6998명)까지 급증했다.

양 의원은 "신용회복 성실상환자마저 소액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연체율이 3배 이상 치솟은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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