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기업들의 잠재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의 증가, 기업연체율 상승 등 다양한 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위기로 번져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며칠 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을 극복하기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조적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기업 구조조정을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외환위기 당시 사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경제상황과 위기원인이 다른데 같은 방법을 동원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에 뉴시안은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최고 전문가인 장복섭 금융감독원 전 신용감독국장 (현 인덕회계법인 자문위원)의 특별기고를 통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기업구조조정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금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진단해보기로 했다. 장 전 국장은 코로나-19 이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주제로 앞으로 3회에 걸쳐 특별기고를 싣기로 했다. 특별기고는 () 외환· 금융위기 당시의 기업구조조정 현황을 먼저 살펴본 후 ()당시의 위기상황과 지금의 부실기업 현황 등을 비교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기업구조정 방식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진단을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1. 포스트 코로나 기업구조조정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절대 빈곤국에서 벗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왔는데, 성장 과정에서 기업들은 차입을 통해 외형확장에 주력했고, 금융회사들은 체계적인 대출관리가 미흡해 잠재 리스크가 누적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코로나-19로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코로나-19로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1998년 외환부족으로 국가가 부도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취약한 기업들의 부실 사태가 이어지고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대규모 기업 부실 사태를 경험하지 못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다.

정부는 영국 영란은행이 과거 자국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도입해 정부 주도하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후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바탕으로 상시 기업구조조정제도(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글로벌 금융위기, 취약산업 구조조정 등에 적극 활용해 왔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으나, 현 상시 기업구조조정제도가 post-코로나 시대에도 적합한 제도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체계 및 추진 경과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제도는 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영란은행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도입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제정해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으며, 금년 들어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현재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3차례의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했다.

1차로 외환위기 전후 대규모 기업부실 발생시 정부가 영국 영란은행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도입해 구조조정 추진했다. 이어 2차로 2009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정부 지원 아래 국책은행이 주도해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큰 손실을 입은 대형 조선사, 선박운임 침체 장기화로 해운업사 부실화 및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 외환위기 전후 대규모 기업부실 발생 및 경제시스템 붕괴 (1998-2000)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많은 기업 및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는 등 경제시스템이 붕괴되자 정부는 영국 영란은행의 '기업구조조정협약(London aproach)'을 도입해 1998년 6월 210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기업구조조정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구조조정 기틀을 마련했다.

채권금융회사들은 동 협약을 근거로 1998~2000년  83개 대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또한 대우그룹 등 거대 계열 부실화시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지원도 병행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및 취약산업 구조조정 (2009~2010)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 안정화에 힘입어 빠른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어왔으나 주택 수요 증가 및 가격 상승이 지속되자 건설사들은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했고, 글로벌 조선경기 활황으로 선박 건조 수요가 증가하자 선박하청, 수리업을 주업으로 하던 중소 조선사들이 선박건조사업에 진출하면서, 무리한 수주 경쟁도 이어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사진=뉴시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되자 금리 급등, 국제 교역량 급감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됐고 특히 잠재 리스크가 내재해 있었던 취약산업 기업들의 부실화가 심화됐다.

건설의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내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사업을 추진하던 중대형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졌다. 2009년 워크아웃 33개사, 퇴출 12개사 등 45개사를 구조조정했다.

조선 부문도 중소 및 중견 조선사들이 조선업 호황시 선박 건조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수주를 했고 은행들은 심층 검토 없이 RG(선수금환급보증)발급했으며, 이후 선박인수 거부, RG-Call(선수금 환급청구) 등으로 연쇄 부실화에 빠졌다. 결국, 중소 중견 조선사 10개사 (워크아웃 6곳, 퇴출 4곳)를 구조조정했다.

해운의 경우 글로벌 물동량 감소 등으로 선박운임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해운사들의 경영악화가 지속됐다. 당시 워크아웃4개 퇴출 7개사 등 모두 11개사를 정리했다.

기타 대기업의 경우, 2009년중 워크아웃 27, 퇴출 18사 등 45개사를 구조조정했다. 그리고 대기업계열 중 금호계열(건설사 무리한 인수 등) 등은 부실화로 채권단이 관리했다.

.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2016~2017)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증가하자 국내 조선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3대 조선사(글로벌 1,2,3)들은 수주 확대를 위해 덤핑 수주, 불리한 계약 등으로 잠재 리스크가 확대됐

국제 원유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했던 3대 조선사 모두 선주들의 해양플랜트 인수 거부 및 RG-call 발생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규모 분식이 발견돼 신용도가 크게 하락했으며, 당시 산업은행(대주주), 수출입은행(최대채권자국책은행 주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우리나라 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국제 선박운임 하락 장기화로 계열 차원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였으나 자체 정상화가 어려워지자 채권단은 자구가 미흡한 한진해운은 퇴출, 현대증권 등 매각자금과 채권금융회사 지원 등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된 현대상선(HMM해운)은 자금 지원을 통해 정상화하였다

.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구조조정 (2020~ )

·중 무역전쟁 격화로 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코로나 창궐 글로벌 교역이 마비되자 각국은 통화·재정 확대 정책으로 경제, 기업경영 위축을 최소화하였으나, 과도한 확대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2년말부터 금리인상, 재정긴축 등 물가안정 정책을 지속하고 있으나, -우크라 전쟁발생으로 농·광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안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시기에 기업구조조정 촉진 보다는 지원 정책에 비중을 높여 왔다.

[특별기고 中]에 계속됩니다.

장복섭 전 금융감독원 국장
장복섭 전 금융감독원 국장

<장복섭 전 국장 약력>

▷1990년 한국은행에 입사, 인사부, 감독기획국, 신용감독국 근무

▷1998년 외환위기시 기업구조조정 실무(신용감독국 선임조사역)

▷1999∼2001년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선임조사역, 대우그룹 및 대기업 구조조정 실무

▷2003∼2006년 신용감독국 팀장, 취약기업, 대기업계열 신용위험 평가 및 구조조정, 구조조정 기업 M&A 추진을 위한 매각 준칙 마련 등

▷2010∼2011년 기업금융개선국 부국장, 글로벌 금융위기시 기업 신용위험 평가 및 취약산업 구조조정 총괄

▷2012∼2014년 중소기업 지원실장,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 및 신용위험 평가

▷2015∼2016년 신용감독국 국장, 취약기업 및 대기업계열 신용위험 평가, 조선업 및 해운업 구조조정 업무

▷현 인덕회계법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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