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 포함됐다가 19대 국회에서 정부입법이 중단된 제도들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유승민·이혜훈 의원 등 비박계 경제통들은 찬성하는 내용인데 반해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측은 반대 입장이어서 친박·비박 간, 여·야 간의 갈등요인이 될 전망이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종인 대표가 말했던 '대기업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오늘 발의한다"면서 "이 법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내용과 그에 따라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현 국무총리가 입법예고한 내용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박 대통령 대선공약에 담겨 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감사위원회 이사·감사 분리선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변 의장은 또한 "사외이사 제도가 대주주 견제를 위해 도입됐지만 사외이사가 대주주 견제기능보다는 오히려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선임 절차를 대폭 변경해 실질적으로 견제기능을 하도록 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변 의장은 "대통령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경제민주화 필요성을 지적한 만큼 가장 이른 시간 내에 국회에서 처리돼 우리 기업들이 좀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며 여당과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들 내용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정부법안으로 입법을 추진하다가 도중에 “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활성화’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폐기한 사항들이어서 정부·여당이 선선히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거론함으로써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같은 대열에 서는 모양새여서 변수가 되고 있다.
앞서 김종인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즉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즉각 상법개정에 나서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상법 개정안’ 주요내용
△ 다중대표소송제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나 손자회사 경영진(이사)의 위법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났을 때 모회사 주주가 직접 자회사, 손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총수 일가가 자회사, 손자회사를 설립한 뒤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 등 불법·편법을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 소송을 통해 자회사가 입은 손해를 전보함으로써 자회사와 모회사 및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개정안에선 이를 새로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 선임시 한 주당 이사수만큼 의결권 부여함으로써 소수 주주권을 보호하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다. 그럴 경우 소수 주주도 의결권을 한 후보에 집중시켜 몰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지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1998년 제도가 도입됐으나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유명무실해졌다. 개정안은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 전자투표제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고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의결권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 2010년 도입됐으나 채택 여부는 기업 자유에 맡기는 바람에 마찬가지로 유명무실하게 됐다. 개정안은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