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이민정 기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이 1일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달 1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롯데의 대표이사급 임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지만 총수 일가의 소환은 처음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 수사를 재점화시킨 '정운호 게이트'와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인 '일감 몰아주기'에 동시에 연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정운호 씨(51·구속 기소)로부터 약 15억원을 받고 입점 편의 등을 제공한 혐의(배임수재)로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신 이사장은 2013년 군납브로커 한 모씨(58·구속 기소)를 통해 정씨의 돈을 받아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키고 이미 입점한 매장은 수익성이 좋은 위치로 바꿔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14년 하반기부터는 신 이사장의 아들 장 모씨(49)가 소유한 유통업체 비엔에프통상과 위임계약을 맺고 매장 관리 등에 대한 수수료를 신 이사장 쪽에 직접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60)와 비엔에프통상 대표 이 모씨(56·구속 기소) 등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신 이사장 지시로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켰고 매장 위치도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하게 변경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다른 화장품 회사 3곳에서 5~6억원을 수수하는 등 면세점에 들어온 타업체들에게서도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금품 로비의 규모는 수십억원이 넘는 액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유통 공룡’ 롯데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암암리에 불이익을 강제한 ‘갑(甲)질’ 비리로 판단하고 있다. 롯데가 일원인 신 이사장이 면세사업에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수료를 가장해 사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날 횡령·배임 등 전반적인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신 이사장은 현재 호텔롯데의 등기 임원이고, 한때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를 총괄했다. 롯데쇼핑(0.74%) 등 주요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부여리조트와 롯데제주리조트를 헐값에 인수하는데, 신 이사장은 당시 사내이사로서 계열사 간 부당 자산거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신 이사장과 그의 딸 3명이 100% 소유한 부동산 임대업체 에스엔에스인터내셔널은 비엔에프통상이 운영하는 초호화 스파 매장의 임대료를 주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 35분께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도착했다.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3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들 장씨가 B사로부터 받은 급여 100억원이 결국 롯데그룹의 비자금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나’는 등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신 이사장은 정씨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과의 금품 거래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서 성실히 다 말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한 형사 처분 수위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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