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한 번 사람을 문 개는 또 문다는데 이거 대책을 만들어야 되는 거 아냐?", "그렇다고 가족 같은 개를 안락사 시키자고?" 요즘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뜨거운 이슈다. 때 아닌 개 안락사 문제의 중심에는 한류스타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 프렌치불독 벅시가 있다.

최시원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벅시에게 물린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외에도 종종 개에게 물려 사람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해 왔다. 애견 인구 천만이 넘은 지금 이제는 사람과 개가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

#한일관 대표 사망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

지난달 30일 한일관 대표 김모씨는 최시원씨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블독 벅시에게 정강이를 물렸다. 이후 김씨는 병원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6일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엘리베이터 CCTV를 살펴보면 벅시에겐 목줄이 없었고 입마개 역시 채워져있지 않았다. 이런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최시원의 가족은 10월 3일 벅시의 생일파티를 했고 이를 최시원의 동생이 SNS에 올렸다. 최시원의 SNS를 살펴보면 사고 발생 이후에도 목줄을 채우고 다니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벅시가 그 전부터 사람들을 자주 물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피해자 역시 작년에도 한 번 물린 적이 있었다.

최시원 본인도 벅시에 물려 경찰홍보단 시절 한 달 정도 공연을 하지 못했다. 최시원의 동생은 벅시가 사람들을 잘 물어서 일주일에 한 번 교육을 받는다는 글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최시원씨 가족이 벅시가 사람을 무는 습성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타인의 피해를 막기위해 목줄이나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인식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누군가가 벅시에게 물려 피해를 입었다는 것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법적 다툼 대신 사과를 받아주는 의연함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법적 다툼을 한다하더라도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이를 포기한 것이다. "애도가 아닌 싸움"을 택하지 않았던 피해자 유가족의 의견을 존중한다하더라도 대중은 개에 물려 사람이 죽은 사고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 벅시의 주인인 최시원 가족에게는 과태료 5만원만 부과되었을 뿐이다. 목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노만 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견주가 한류스타 최시원이었고 피해자가 유명 한식당 한일관의 대표였기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을 뿐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개물림 사건은 크게 증가해왔다. 개물림 사고의 발생원인은 하나다. 바로 견주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목줄은 외출시 모든 개에게 채워야하며 맹견의 경우에는 입마개까지 착용시켜야한다. 한강시민공원에 나가보면 아직도 목줄이 없는 개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분들 중에서도 본인의 개에는 목줄을 채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러 가지가 변해야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위반 시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도록 해야 한다. 개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실제 단속은 어렵다.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에서 249명의 단속요원들이 2014~2016년 22곳 시 직영공원을 돌며 개 목줄을 안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34건이다. 같은 기간 계도 건수가 2만69건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과태료 부과 법규는 유명무실했던 것이다. 과태료 부과의 실효성 확보가 개물림 사고 방지의 첫 걸음이다. 개에 목줄을 채우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상황이 되면 인식도 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개파라치 제도(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신고하면 과태료의 일부를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것)를 시행한다고 한 것도 이러한 취지의 반영이다.

법규의 불확실성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목줄의 길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목줄의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개에 대한 주인의 통제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통제 가능한 길이를 법규에 적시하여야 한다. 목줄 이외에 입마개까지 해야하는 맹견은 도사견 등 5종 외에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개"라고 규정되어 있다. 사실상 판단이 불가능하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판단을 못하는 것을 넘어 단속도 할 수 없다. 맹견 종류의 확대 및 불확실성의 해소는 국회와 정부의 의무이다.

개물림 사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마련도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개를 소유하기 전에 기초교육을 받는 것을 의무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개물림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맹견의 경우에는 개를 소유하기 전 특별 교육을 이수하고 허가를 받는 경우에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특정 맹견의 경우 소유 자체를 제한하는 독일이나 맹견의 소유에 법원의 허가를 의무화하는 영국 역시 이런 취지로 법규를 마련한 것이다.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견주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의식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채 변하라고만 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책임 방기이다.

개물림 사고 발생시 견주의 책임도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처벌 규정은 사람이 다쳤을 경우 과실치상죄가 적용되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사람이 사망한 경우 과실치사죄가 적용되어 2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진다. 타인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개를 자발적으로 소유하여 발생한 사고임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형량이 낮다. 우리나라보다 동물보호에 대한 선진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영국은 개물림 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징역14년까지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를 몰수하고 안락사 시키는 것 역시 견주의 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일관 대표의 사망사건에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법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법이 상식에 접근하여야 한다. 뉴스를 보며 툭 던지는 행인의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사람 목숨값이 5만원 이구먼."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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