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스스로 사퇴하는 것을 선택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을 지키려 했던 청와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성 여부의 판단을 의뢰했다.

국회의원 임기 말에 후원금을 기부한 행위,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기부한 행위,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해외출장에 동행하는 행위, 해외 출장 중 관광을 하는 행위 등에 관한 판단이었다.

선관위는 그 중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인 2016년에 본인이 속한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위반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김 원장은 이에 사퇴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수용할 뿐, 선관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위반 여부

공직선거법 제113조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국회의원이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의 기부행위가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하는 것이다.

김 원장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당시 비례대표 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구가 따로 없었으며,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했기 때문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덧붙여 그 당시 선관위에 위법여부에 대한 질의를 하고 기부 후에 보고까지 했음에도 그 이후 지금까지 선관위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하기 전에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선관위는 "단체의 정관이나 규약 등의 관례상 의무의 범위 내라면 문제가 없지만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위반된다"는 회신을 했다.

결국 이 사안의 핵심은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특별회비’ 여부라 할 수 있다. 당시 ‘더좋은미래’의 월회비는 20만원, 연구기금은 1,000만원이었다. 김 의원이 기부한 금원이 5,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명백하게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특별회비’라고 할 수 있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이 당시 정치후원금 잔액 422만원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은 연구기금 상한인 1,000만원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선관위에서 적법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불출마했지만 다음 선거에 충분히 출마가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보자가 되려고 한 자’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비례 대표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구 역시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법적으로만 판단한다면 김기식 원장의 당시 기부행위는 위법하다.

김 원장 입장에서는 2년간 아무 문제도 삼지 않았던 선관위의 이번 입장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선관위의 직무유기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그 당시의 기부행위가 적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호위반을 한 차주가 당시에 적발되지 않았다고 해서 신호위반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피감기관의 지원금으로 다녀온 외유성 출장

이 부분은 선관위에서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2014년 국토해양위원회에 있으면서 선주협회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아 해외항구 시찰을 다녀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박상은 의원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된다.

현재 검찰이 이 부분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가관계를 입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예에 따라 불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김 원장의 사퇴는 합법과 위법의 영역이 아니다

법적으로 김 원장의 사태에 대해 분석했지만 이번 사안은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영역이 아니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잘못을 떳떳하게 지적할 수 있을 만한 도덕성을 갖춘 인사의 발탁이 필수적이다.

청와대에서는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파격 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한 검증에 합법, 불법의 잣대만 들이대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그리 했으니 잘못 없다는 논거는 전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명이었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장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인사이기 때문에 다른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국회의원 시절 누구보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을 한 당사자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말 본인이 속해 있던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후원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소장이 되어 월급으로 8,000만원 이상을 가져갔다. 셀프후원을 넘어 후에 본인을 위해 후원을 한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위 기부행위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보다 더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스스로를 늘 ‘반부패 활동을 해 온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강조해왔다.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이 너무 컸다. 국민들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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