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12. 8. 전주 덕진구의 한 지구대에 한 부모가 우리딸이 지난 달 18일 사라졌다면서 울먹이며 실종신고를 했다. 현장 지구대 분위기는 침통했고 경찰들 역시 딸을 꼭 찾아주겠다고 부모를 위로했다.아버지는 "딸이 없으면 못산다"며 울먹거렸다. 수사 당국은 3천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인근 야산과 집 근처 저수지까지 아이를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된 근본적인 의문 하나. 이렇게 울먹이는 부모들이 왜 딸이 실종되고 20여일이나 지나서 실종신고를 한거지? 이 의문에서 수사는 실종수사에서 강력범죄의 가능성까지 검토되기 시작했다.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아이를 찾아달라고 울먹이던 부모(아버지는 친부였으며 어머니로 보이던 사람은 내연녀였다)와 내연녀의 어머니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필자 역시 이 가족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그래도 설마. 마음 한 구석에 슬픈 예감이 엄습했다. 결국 이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 사건의 경위

12. 8. 5세 고준희양이 11. 18.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준희양은 내연녀의 어머니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연녀가 준희양의 생부와 다투었다고 본인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자 내연녀의 어머니는 준희양을 두고 본인의 딸에게 다녀왔다고 했다. 다녀와 보니 준희 양이 없었고 내연녀와 내연녀의 어머니는 친부가 준희양을 데리고 갔을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친부는 친부대로 준희양은 내연녀의 어머니집에 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부모가 설마라는 생각으로 실종사건으로 분류에 3천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그런데 아이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활반응도 없었으며 주변CCTV 어디에도 준희양의 모습이나 준희양을 데려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다. 필자는 방송에서 가족을 범인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가족도 수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며 실종 시점도 과거 준희양의 마지막 생존반응을 파악해서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실종시점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위 세명의 진술이 믿을만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내연녀의 어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하였고 1차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응했던 친부는 2차 거짓말 탐지기 조사와 최면조사를 거부했다. 이때부터 경찰은 본격적으로 이 수상한 가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은 본격적으로 준희양의 최후의 생존반응 시점을 추적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장난감도 과자도 구매하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올해 3. 30. 고준희양이 어린이집에 등원한 것이 마지막 생존반응 시점이었다. 올해 8월 내연녀의 어머니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할 때도 준희양은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았다. 이제 가족이 피의자가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은 이 가족들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입건을 해야 주거지 압수수색이나 통신기록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수사 비협조로 인해 미궁에 빠질뻔한 사건은 경찰의 휴대폰 위치추적과 통화 기록 조회로 드러났다. 올해 4. 27. 친부와 내연녀의 어머니가 새벽에 주거지가 아닌 군산에 함께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 날 이후 위 둘이 평소와 달리 자주 통화한 이유를 추궁했다. 결국 친부는 자신의 딸을 내연녀의 어머니와 함께 군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털어놨다. 12. 29. 새벽 준희 양은 수건에 쌓여 30cm 구덩이 속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친부는 준희양이 스스로 죽어있었다고 진술한 상태다. 이제 경찰은 이 수상한 세가족이 준희양의 죽음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밝혀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다.

#248일간의 거짓말

4. 27. 준희양을 암매장한 이후 가족들은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연녀의 어머니가 계속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가장하기 위해 친부는 4월부터 매달 양육비조로 50~70만원을 내연녀의 어머니에게 송금했다. 준희양의 생일인 7월22일에는 미역국을 끓여 지인들에게 보냈다. 내연녀의 어머니는 지인 모임에서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한다"면서 서둘러 귀가하기까지 했다. 거짓 실종신고를 하기 전인 10. 31. 친부는 휴대폰을 새로 개통했으며 내연녀와 내연녀의 어머니는 실종신고 4일전 휴대폰을 새로 개통했다.

친부는 경찰에 실종 2일 전인 11. 16. 준희양을 만나기 위해 내연녀의 어머니 집을 찾았다고 CCTV 확인을 요구했다. CCTV에 방문 모습이 포착됐다. 이 가족들은 이 정도면 준희양이 실종사건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가증스럽게도. 실종신고 이후에도 이들의 연기는 계속됐다. 신고 당시 지구대에서 울먹거리며 침통한 모습을 보였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실종 전단을 나눠주기도 했다. 친부는 CCTV가 밀집한 인근 상가에 준희양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연기까지 했다.

현재 친부는 준희양의 사망에는 개입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들의 최초진술은 내연녀의 어머니 집에서 6시경 준희양이 밥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한시쯤 친부가 가보니 준희양이 입에 토사물을 뱉어낸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진술은 친부의 차안에서 사망했다고 번복된 상태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준희양을 살해하거나 학대해서 준희양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시신을 암매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친부는 전처와의 이혼에 불리하거나 양육비 문제 때문에 죽어있는 딸을 암매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법적으로 전혀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다. 결국 이 수상한 세 가족은 어떤 식으로든 준희양에 사망에 개입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현재 국가수의 1차부검 소견 결과 준희양의 양쪽 갈비뼈 등 몸통 뒤쪽 뼈 여러개가 부러졌다는 소견이 나온 상태다. 학대가 아닌 사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어 단정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학대나 폭행 정황이 의심된다.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은 아직 국민 법 감정에 한참 못미친다. 칠곡계모사건, 울산계모사건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고, 원영이 사건에서 징역 27년이 선고됐다. 아이들은 한 없이 약한 존재다. 5세 아이가 인생을 꽃 피우기도 전에 생을 마감하게 한 부모가 형을 마치고 세상을 활보할 수 있다는게 상식에 부합할까. 친부는 준희양을 암매장한 날 건담 종이 모형을 SNS에 올리고 "이벤트당첨ㅋㅋ"라고 올렸다. 하늘에 있는 준희양이 이 거지같은 부모에게 벗어나 그 곳에서라도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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