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지난 10월 21일 온국민의 공분을 샀던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 김성관이 구속됐고 그의 얼굴과 이름 나이가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21일로 돌아가보자. 

김성관은 자신의 친엄마(55세)와 이부동생(14세) 그리고 계부(57세)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범행 당일 친엄마의 계좌에서 1억2천만원을 인출해서 범행 이틀 뒤 아내 정모씨와 2세, 7개월된 두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출국 과정에서 면세점에서 호화쇼핑을 즐기고 뉴질랜드 현지에서도 좋은 주택과 자동차까지 구입했다. 모든 국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잔인한 패륜범죄가 ‘돈’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된 국민들은 분노했다. 

2년전 뉴질랜드 현지 절도사건으로 2개월을 복역하고 한국으로 송환됐으며 구속과 함께 신상이 공개되어 이제 김성관에게는 더 이상 마스크와 모자가 제공되지 않는다.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조두순의 얼굴은 왜 공개되지 않나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다. 1980~90년대에는 피의자 얼굴이 종종 공개되는 경우가 있었다. 1994년 지존파 사건과 이를 모방한 1996년 막가파 사건에서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됐다. 특별한 기준이 없이. 

그 이후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 필요성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의 이유로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래서 경찰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마련하여 수사중인 피의자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제공하였다. 

그 후 조두순과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강호순이 검거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강력사건의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조성되었다. 

이에 2010. 4. 15. 특정강력범죄자에 한하여 일정한 요건을 거쳐 얼굴 등 신원을 공개하는 특정강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 제8조의2가 신설되면서 그 이후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된 것이다. 

결국 조두순의 범행은 2008년 사건이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조두순의 경우에는 출소후 5년간 신상이 공개되지만 "성범죄자 알림e사이트"에 들어가야만 확인이 가능하고 현행법상 언론의 보도는 불가능한 상태다. 

#기준도 애매하고 대상도 한정적인 신상공개

특정강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 제8조의2는 아래와 같이 피의자 신상공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둘째,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셋째,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넷째,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이다.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는 신상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하는데 그 기준이 아직까지도 아리송하다. 2016년 어버이날 친부를 무참히 살해한 문모 남매는 신상공개를 하지 않았다. 

2015년 겨울 난방도 전혀되지 않는 화장실에 아이를 감금하고 락스를 들이붓거나 폭행을 가하여 결국 2016년 1월 탈진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게하고 사체를 유기했던 원영이 사건의 아버지와 계모의 신상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건들 이외에도 패륜범죄나 잔혹한 범죄에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들은 신상 공개의 정확한 기준을 알고 싶어한다. 변호사인 필자조차도 아리송하다면 사실상 기준이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고준희양 사체유기 사건의 피의자인 친부와 계모 등의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아동학대 사건은 특정강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상의 신상공개 기준인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커져만 가고 있고 오히려 신상공개의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입법이 되어있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해 시신 일부를 훼손해서 공범에게 전달했던 사건의 두 고등학생의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범은 1심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지만 주범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회보호의 측면에서 신상공개의 필요성이 크다. 

그런데 현행 특정강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은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신상공개를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이더라도 이 정도의 범죄는 예외규정의 도입 필요성이 강하다. 이 역시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개념이 없다. 미국은 미성년자일지라도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 무조건적인 공개는 아니지만 수사기관에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확실한 기준을 기초로 해서. 

#범죄자의 얼굴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측의 논거는 통상 아래와 같다. 

첫째, 공개한다고 달라지는게 무엇인가 둘째, 무죄추정의 원칙상 공개를 한다고 하더라도 유죄판결 이후에 하여야 한다 셋째, 범죄자의 가족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넷째, 범죄자이더라도 기본적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이다. 

하지만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소위 범죄의 발생  자체를 조금이나마 줄일수 있다는 의미다. 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을 정도로 증거관계가 확실한 경우에만 한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김성관의 경우에도 증거관계가 너무나 명확하고 스스로도 살인에 관한 자백까지 했다면 이는 최소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다. 이는 기준을 명확히 하면 충분히 해소될 정도의 내용이다. 미성년의 가족이 받을만한 심리적인 고통은 신상공개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다. 고려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범죄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의 인권이다. 

범죄자가 연예인도 아니고 국민들이 그 사람 얼굴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잠재적 범죄자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혹은 조두순처럼 형기를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사람의 얼굴정도는 알아야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그렇다면 공개를 하는 것이 세상을 위해서 바람직한게 아닐까.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박근혜 피고인의 주장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인권보호의 정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수준에 와있다. 

영화 1987에서 그리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의 인권이 더 중요한지 강력범죄를 예방할때 무엇이 더 중요한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시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상황이다. 최소한 강력범죄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그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서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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