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홍성완 기자] 지난 달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에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당분간 대우건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와 호반건설 측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우건설의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막대한 해외 부실’이라는 변수에 막혀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아쉽지만 대우건설 인수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개월여 간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이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호반건설을 믿고 인수 작업을 도와준 금융기관과 자문사 관계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달 31일 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호반건설은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우건설 지분 2억1100만 주(50.75%) 중 1억6600만 주(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 10.75%(4500만 주)는 2년 뒤 매입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매각가격은 약 1조6000억원(주당 7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이 전날 공시한 4분기 실적을 통해 모로코 사피(SAFI)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이 반영된 것을 파악했다.

사피 화력발전소는 2호기 공사 준공 예정일이 올해 하반기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놓고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은 대규모 부실이 뒤늦게 파악되면서 발빠르게 인수포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시 전까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매각 주관사도 4분기 국외 손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아직까지 양해각서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이라 인수를 포기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호반건설은 이날 최종 인수 중단 입장을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인해 대우건설 매각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매각 과정을 통한 신뢰도 하락과 추가 부실 우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찰 당시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할 만큼 이번 시장의 관심이 미미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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