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발표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발표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슈추적=기영노 자문위원] 선동열 전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지난 11월14일 국가대표 야구 전임감독에서 전격적으로 자신 사퇴를 했다.

선 감독이 사퇴를 한 배경에는 야구인이 아니라 야구에 대해 문외한(門外漢) 세 사람이 관여를 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즉 KBO 총재와 장윤호 사무총장 그리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선동렬 전 국가대표 전임감독은 국내 프로야구사상 최고의 투수다. 야구가 투수놀음임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선수 시절 155km 안팎의 묵직한 직구와 140km에 육박하는 커터 성 슬라이더로 0점대 방어율을 세 번이나 기록했고, 0.78의 역대 최저방어율 기록을 갖고 있다.

현역시절 KBO리그에서 367경기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의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주니치 드레곤스 팀에서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162경기 10승4패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선 전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 팀에 유난히 강했는데, 롯데 자이언츠 팀에게 20연승(롯데로 볼 때는 20연패)이라는 치욕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시 선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롯데 벤치에서) 악!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고 술회를 하기도 했다.

선 전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도 두 차례(2005년, 2006년)나 우승을 차지해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국감에서 질의하는 더불어 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국감에서 질의하는 더불어 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손혜원 의원, (아시안게임) 우승이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민주당의 손혜원 의원은 지난 10월1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당시 국가대표 야구 전임감독을 증인석에 불러놓고 “그(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아마 손 의원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실질적인 우승을 다투는 3팀 즉 한국, 일본, 대만 3개국 중에 한국은 100퍼센트 프로선수들이 출전했고, 대만은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여있고, 일본의 전원 사회인 야구선수들이 출전했기 때문에 당연히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야구를 조금 아는) 본인도 판단했고, 또 주위에서도 귀가 아프게 들었던 모양이다.

손 의원의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이 어렵지 않았다"는말은 일리가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은 (선수들의 병역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런지) 프로야구 리그를 중단하면서 '올 인'을 한 반면 대만과 일본은 프로야구 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대표 선수들도 최고의 멤버를 선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스포츠는 ‘그야말로 펄펄 살아있는 생물’이다.

아무리 전력 차이가 크게 나더라도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할 수 있고, 더구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또는 월드컵축구대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한국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같은 큰 이벤트는 실력과 함께 반드시 운이 따라 주어야 우승,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다.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좋은 예다.

두산 베어스는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 SK 와이번스를 역대 최다 게임차(14게임 반)이로 제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 접어들면서 우완 불펜 에이스 김강률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빠졌고, 4번 타자 김재환 선수가 3차전부터 옆구리 통증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김재환 선수는 정규리그에서 44개 홈런으로 홈런왕 133타점으로 타점왕 등 2관왕을 차지했던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1차전을 3대7로 패한 두산 베어스로서는 2차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4타수3안타1득점을 올린 김재환 선수의 활약으로 7대3으로 이겨서 1승1패가 된 상황에서 3차전부터 그의 활약이 기대되던 상황에서 옆구리 통증이 온 것이다.

결국 두산 베어스는 린드블럼, 후랭코프라는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에도 불구하고 SK 와이번스에 2승4패로 패해 한국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막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주요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것이다.

실력은 갖췄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은, 즉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다.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류현진, 오승환, 손민한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고, 일본은 사회인 야구선수 17명 대학선수 5명 등 전원 아마추어 선수들로 22명의 대표 팀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은 대만 일본에 모두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카타르 참사’였다.

손 의원의 말처럼 어떤 대회라도 금메달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동렬 감독은 지난 14일 국가대표 야구 전임 감독 사퇴를 밝히는 입장문을 통해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습니다. 그(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또한 저의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꼬집어서 말했다.

 

정운찬 KBO 총재 (사진=뉴시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 (사진=뉴시스)

정운찬 총재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한 말도 선동열 감독이 사퇴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국가대표 야구팀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이 5곳에서 하는 야구경기를 집에서 TV로 보고 선수를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나중에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필요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변명을 했지만, 국정감사에서 프로야구 수장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 할 자리는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 수장의 이 같은 지적은 당사자(감독)로서는 가슴에 비수가 꼬치는 말이었을 것이다.

선 감독은 국내 최초 국가대표 야구 전임감독으로서 2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동열 감독의 위상으로 볼 때 하루 24시간 야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거의 봉사(奉仕)직에 가까운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 전임 국가대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연봉은 선 감독보다 12배나 많은 24억원이다.

선 감독은 경기가 없을 때는 야구인들을 수시로 만나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야구경기가 시작되면 5곳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한 곳에서 만 머물 수 없다.

그래서 집 또는 일정한 장소에서 5곳에서 열리는 경기를 모두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분석한다. 선 감독은 일반인과 달리 야구 전문가이기 때문에 TV로 봐도 선수들의 일거 수 일투 족을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야구 문외한인 정 총재가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운찬 KBO 총재는 소문난 야구광이자 두산 베어스와 뉴욕 양키즈 팀의 광팬이었다. 야구수필집 ‘야구예찬’ 을 저술하기도 했다. 정 총재는 서울 대 총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국내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 구수장 KBO 총재로서는 문제가 많다.

KBO 총재는 야구를 전문가만큼 많이 알거나 아예 몰라서 ‘특별 보좌역’을 두거나 해야 하는데, 정 총재는 야구를 어설피 아는 것이 문제다. 정운찬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이었던 정 총재는 구본능 전 총재 후임으로 지난 2017년 11월29일 KBO 총재로 만장일치로 추대 되었다.

그동안 민선 KBO 총재는 두산, LG, SK, 넥센 등 10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맡도록 하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당시에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가 되었었다. 그러나 10개 구단 측 인사들이 모두 거부를 해서 후임자를 찾지 못한 끝에 결국 외부 인사로 후보군이 확대됐고, 정운찬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이 만장일치로 추대 되었다.

그런데 정 총장을 추대한 KBO 이사회가 야구회관이 아닌 서울 모 식당에서 열렸기 때문에 KBO 직원들도 알 수가 없었다.

정 총재는 지난 14일 선 감독이 사퇴기자회견을 하기 전, 선 감독에게 2020 도쿄 올림픽 까지 '국가대표 야구 감독'을 맡아 줄 것을 20여분 동안 간곡히 권유 했다고 한다. 국정감사에서 그가 한 발언을 감안하면, 선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말과 행동이 다른 정 총재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태를 놓고 어떤 심정 이었을 지 짐작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선동열 감독 관련 입장 밝히는 KBO (사진=뉴시스)
선동열 감독 관련 입장 밝히는 KBO 장윤호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장윤호 사무총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번 선동열 감독 사퇴에는 정운찬 총재, 손혜원 의원과 함께 장윤호 KBO 사무총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장윤호 총장은 야구인 출신은 아니지만 국내 유수의 스포츠 신문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출신으로 야구전문기자 였다. 그런데 장윤호 총재는 정운찬 총재의 "전임 감독 불필요" 등 국정감사 발언을 듣고도 이번에 선동열 감독 사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당시 정 총재 발언을 들은 야구인들은 거의 모두 ‘선 감독은 물러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프로야구 수장이 "전임감독이 필요 없고", "TV로 선수들을 지켜 본 것은 불찰"이라고 말하는데, 그대로 감독 자리를 지키고 있을 철면피가 있을까?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선동열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20분 정도 지난 뒤 기자실을 찾아 KBO의 입장을 전했다. 정 총장의 국감 발언이후 선 감독을 만났는데, 선 감독이 사표를 낼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다는 것이다. 선 감독의 잔류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사퇴하는 자리에서 병역문제에 얽혀 있는 오지환(LG 트윈스) 선수 등을 선발 한 것은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 한다”고 다시한번 사과를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국보 선동열 야구인은 선무당들로부터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이제 당분간 야구계를 떠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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