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 [사진 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 [사진 뉴시스]

[뉴시안=김희원 기자]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남매 전쟁’이 막이 오른 가운데 누가 최후 승자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개 반기를 든데 이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지난달 31일 사실상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을 막기 위해 ‘반(反) 조원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세 주주 모두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을 약속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명의의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며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 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반조원태’ 공동 전선 구축에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은 다소 충격을 받고 내부 논의 등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 방안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막상막하인 상태여서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지분율을 보면 우선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6.49%) 지분을 제외하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손을 들어줘야만 22.45%가 된다. 그룹 ‘백기사’인 델타항공 10.00%와 조 회장(6.52%)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 1%의 지분을 더해야만 33.45%가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한 KCGI 17.29%와 반도건설 8.28%를 합하면 이들 3자 지분율은 32.06%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중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8%를 제외하면 총 31.9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불과 1.47% 포인트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만일 이 고문과 조 전무까지 조원태 회장에게 등을 돌릴 경우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우군 확보를 위해 이명희 고문과의 관계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탄절에 조 회장이 이 고문의 평창동 자택을 찾아갔다가 말다툼을 하고 조 회장이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 회장은 이 고문이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대로 대부분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으며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와 달리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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