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뉴시안=김희원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된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매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초 지난해 성탄절에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 고문의 평창동 자택을 찾아갔다가 말다툼을 하고 조 회장이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고문의 조 회장 지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한진칼 주주총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고문과 동생 조 전무가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조 회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라고 한진그룹에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 세력과 손 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사실상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을 막기 위해 ‘반조원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 세 주주 모두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을 약속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지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지난주 입장 발표 전에도 이미 가족과의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런 점까지 감안해서 고민해 결정한 부분”이라며 “이번에 모친이나 여동생이 입장을 밝혀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3월 주주총회 캐스팅보트는 이제 4.1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에게 넘어가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차이는 불과 1.47% 포인트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8%를 제외하면 총 31.98%다.
 
조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지분 6.52%, 이 고문 5.31%와 조 전무 6.47%를 합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 10.00%와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 1%의 지분까지 합하면 33.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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