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오일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 중인 김태중 씨. (사진=임성원 기자)
금촌오일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 중인 김태중 씨. (사진=임성원 기자)

[뉴시안= 임성원 기자]지난 11월 11일 경기 파주시 금정로 시장 골목. 코로나19로 두 달간 휴장과 임시개장을 반복했던 금촌오일장이 지난 10월 21일부터 다시 문을 열면서 구경하러 온 인근 주민들로 붐볐다.

파주에 매서운 날씨를 예상하고 찾았지만, 날이 풀려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이 장을 보기위해 나왔다.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종종 카트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지만 오일장에서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어깨에 부딪히기도 하고 붐비는 구역에선 먼저 가겠다며 뒤에서 손으로 밀고 나오는 사람들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촌오일장은 금정로 시장에 서는 1·6일 장으로 님프만 이불 가게를 기준으로 해 1장(본장)과 2장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다. 각 장은 200m씩 총 400m 정도 길이로 이뤄진다. 1장과 2장 모두 장날에는 채소·나물·과일·고기·생선 등 각종 농·축·수산물을 판매하는 곳이 길 양쪽으로 즐비하게 자리 잡는다.

또 의류·속옷·양말 등을 파는 곳도 있었다. 이외에 떡볶이·어묵·튀김·핫바·붕어빵·계란빵·국화빵 등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일장 곳곳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손 세정제가 비치됐다. 

시장에서 만난 노점상들은 코로나19로 장이 오랜 시간 열리지 못해 생계의 어려움으로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면서 장이 서지 못하는 지역이 늘다 보니 매출이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또 다시 심해지면 오일장이 못 설지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가 걱정된다” 등 생계 관련한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2년 차인 본장의 상인회장 김만성(61) 씨는 활기를 되찾아 가는 오일장을 바라보며 반가움을 내비쳤다. 그는 “코로나19로 장이 서기 어려웠던 시간 이후 다시 여는 만큼 상인들과 찾아오는 분들이 함께 협조를 잘해줘 순조롭게 장을 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산물·의류·화장품 등 품목이 다양하게 전문화돼 있고 신선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장이 서는 날이면 인근 주민들이 알아서 많이 찾아와준다”며 “평일 장보다는 주말 장에 좀 더 사람들이 몰려 족히 1만명 정도는 된다”라고 덧붙였다.

금촌오일장의 명물로 꼽히는 민물고기 가게에는 민물새우·미꾸라지·메기·복어·잉어·개구리 등을 사기 위해 어르신들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인파가 모여 있었다. 금촌장을 포함해 모란장·안산장·김포장을 다닌다는 장순자(70) 씨는 TV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모란장에서 40년 넘게 장사하며 ‘모란장 욕쟁이 할머니’로 불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장 할머니는 “평택에서 매일 공수한 신선한 민물고기를 팔고 있다”면서 “예전부터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둔 부모님들이 자주 찾아와 사갈 정도이다”고 강조했다. 이날에는 민물새우를 두 박스 가득 담아 사 가는 주부부터 추어탕을 끓이기 위해 미꾸라지를 사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근 봉일천에 산다는 이혜원(56세) 씨는 “금촌장에 민물고기를 파는 거로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왔다가 메기를 사 간다”라고 기자에게 살아움직이는 메기가 든 비닐봉지를 들어보였다. 

금촌오일장의 명문인 민물고기 가게에는 어르신·외국인 등 남녀노소 불구하고 다양한 세대의 사람이 찾았다. (사진=임성원 기자)
금촌오일장의 명물인 민물고기 가게에는 남녀노소 불구하고 다양한 세대의 사람과 외국인이 찾는다. (사진=임성원 기자)

겨울 김장철을 맞이해 각종 채소 파는 곳은 배추·생강·무 등을 사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그렇다고 오일장의 1장과 2장 합쳐 20곳 안팎의 채소 가게가 있었지만 모든 곳이 잘 되는 건 아니었다. 반면 2장에 아저씨 혼자 팔고 있는 곳에 사람들이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다른 상인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 사람들이 한 번 다녀가면 방금 올려놨던 채소가 동날 정도였다.

이 아저씨는 여러 사람이 한 번에 가격을 물어봐 정신없어하기도 했고, 돈을 제대로 받았는지 헷갈려 손님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들은 아저씨가 너무 바빠보이자 계산을 도와주려하기도 했다. 손님들은 “김장철을 맞이해 장 보러왔는데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왔다”, “아저씨 혼자서 계산하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등의 이야기를 서로 나눴다. 

오일장에 나와 장사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상인도 있었다.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나물을 팔고 있다는 김순여(80세) 할머니는 “처음에 옷 장사를 시작했지만, 장사가 안 돼서 나물 장사로 바꿨다”면서 “옷 장사 같은 경우 사람들의 모든 취향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또 “최근에 자녀들이 그만 장사하고 집에 있으라고 말리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장에 나와 나물을 파는 게 더 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촌오일장에 처음 나온 이도 있었다. 옛날 과자와 전병 등을 팔고 있는 박우범(48) 씨는 장사 노하우를 통해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먼저 손님들이 맛보고 싶은 걸 마음껏 시식하게 한 뒤 원하는 만큼 직접 담아 무게를 재서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많이 담는다 싶으면 가격이 더 나올 것 같다며 미리 말해주고, 계산할 때 덤으로 더 챙겨주기도 했다. 박 씨는 “금촌장에 처음 나와 분위기를 익히고 적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주변 상인들과 잘 지내면서 단골손님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에서는 젊은 상인들이 나와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손님이 몰리는 곳을 관심있게 보면서 메모를 하는 등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장사 노하우를 배우는데도 열정을 보였다.

금촌오일장에서 유일하게 계란빵과 국화빵을 팔고 있었다. (사진=임성원 기자)
금촌오일장에서 계란빵과 국화빵을 파는 노부부는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장사하고 있었다. (사진=임성원 기자)

금촌오일장의 모습을 오전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면 오후부터는 아이들 손이나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젊은 고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운정에 사고 있다는 김은경(37)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수도 있지만, 장이 서는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러 자주 찾고 있다”며 “아무래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과 정겨운 모습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골목 사이로 종종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닐 때면 ‘갑자기 뛰어나가는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기자의 발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붕어빵 10개에 2000원, 슈크림 8개에 2000원. 일반 노점상에서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지갑을 열게 했다. 붕어빵과 함께 닭꼬치도 팔고 있었는데, 동생 손을 꼭 잡고 닭꼬치를 사러 온 남매에게 붕어빵을 서비스로 주는 상인의 모습이 따끈한 붕어빵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오일장은 대형마트와 다르게 아침 일찍 장사를 시작해 해가 저물기 전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새벽 5시부터 장사 준비하러 나온 상인들은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떨이'라며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은 또 다른 장날의 기대감을 가지고 짐을 정리했다.

주민과 여러지역에서 온 상인들이 어우려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장날 풍경이 마트만 찾아다녔던 기자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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