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대 까지 하락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줄폭락한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대 까지 하락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줄폭락한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정창규 기자]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고, 제도권에 안들어왔으면 좋겠다."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고민이 커진 가운데,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와 같이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에 대해 이렇게 단호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을까요. 

이날 은 위원장의 발언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암호화폐를 규제할 법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밖에 없다'는 질의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며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은성수 "암호화폐 인정 못 한다" 벌언 '파장'

그러면서 "불법자금과 테러자금에 쓰이는 것은 국가안보 협력 관계 때문에 '테러자금으로 쓰이는 것은 안 된다'는 측면에서 특금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은 의원장은 또 '내년부터 암호화폐 투자에 따른 수익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강 의원의 지적에는 "그림을 사고파는 것도 양도 차익은 세금을 낸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림 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보호하느냐"며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은 위원장은 '엄청난 금액이 거래되는 데 대해 (정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지 않으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잘못된 길로 간다면 잘못된 길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실체가 확인이 안되고, 하루에 20%가 오르는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그쪽(투자 광풍)으로 더 간다"고 했습니다.

이어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냐, 방관 할 것이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암호화폐가 (시장의) 제도권에 들어와서 갑자기 투기 열풍이 부는 부분도 고민이기에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5700만원까지 급락···가상화폐 줄줄이 추락

해당 발언이 나가자 시장은 거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소위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도 축소됐습니다.

23일 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7% 하락한 571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 원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입니다. 

거래소 빗썸 역시 비트코인이 13.5% 급락한 5703만원 가격으로 거래중이고,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10% 이상 떨어졌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트코인 좀 그만 건드리세요 한국 20, 30대 남자들은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합니까?'라는 규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글도 올라왔습니다.

◆ 20·30 코인투자자들 '반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분노 표출'

청원인은 글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는 보호할 수 없다고 하는데 세금은 22% 뜯는다"며 "어른이라면서 보호도 안 해주고 아이들에게 세금은 내라고 하는 이 작금의 상황이 정상적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집 사서 차익을 막대하게 쌓아 올려 벼락부자 되고 서민들은 벼락 거지 만들어놓고 부동산도 하지 말라, 코인도 하지 말아라 하는데 정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코인판 망가뜨려서 사다리 걷어차 대한민국 청년들 계층상승 꿈도 못 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LH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청원인은 "가만히 있는 코인 시장 공격하는 정책에 LH 사건은 묻어가고 있는데, 이 땅의 월급 200, 300만원 받는 젊은이들 공격 그만하고 LH 사건이나 정확하게 조사하라"며 "더 이상 이 땅의 대한민국 20대 30대 청년들을 우습게 보지 마시기를 간곡하게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3일 현재 2만4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을 넘겨 관리자 검토를 위해 비공개 처리된 상태입니다.

◆ 은성수 "특금법 등록 안 되면 다 폐쇄" 경고…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확보 '난항'

은 위원장은 같은날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은 위원장은 "특금법 시행 이후 아직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00개의 가상자산거래소(가상화폐거래소)가 등록이 안되면 다 폐쇄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경고인 셈입니다.

은 위원장이 언급한 특금법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취급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운 것으로 지난달 25일부터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특금법에 따라 기존 거래소들은 일정 요건을 갖춰 유예기간 6개월이 끝나는 오는 9월24일까지 신고 절차를 마쳐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조치 규정도 확정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자신의 고객과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간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고자 한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른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외에서 인허가 등을 거친 사업자이거나,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또 거래내역 파악이 곤란해 자금세탁 위험이 큰 가장자산인 ‘다크코인’ 등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취급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거래소들마다 남은 5개월의 기간 동안 특금법 문턱을 넘기 위해 준비에 한창이지만, 특금법 시행 이후 상당수가 폐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왔었습니다.

◆ 특금법 시행 6개월 후, 암호화폐거래소 대거 폐쇄위기

이는 가장 거래소들이 까다롭게 여기고 있는 요건인 '실명계좌 발급'을 충족한 곳이 극소수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이용계약을 맺은 곳은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곳뿐이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거래소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체적으로 발급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상 구체적인 기준을 주지 않아  위험도, 안전성 등을 은행이 평가하는 책임을 떠안게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측은 "가상자산사업을 하기 위해선 특금법 시행일 전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면서 "기존 사업자는 6개월 이내 신고서와 첨부 서류 등을 갖춰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라고 말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특금법 시행 이후 기존 사업자에게 주어진 유예 기간(9월 24일까지)까지 신고 접수를 하지 않거나, 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와 정차권은 물론 관련부처들까지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수장인 은 위원장이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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