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브라질 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판덱스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효성티앤씨)

[뉴시안= 남정완 기자]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올림픽 경기를 펼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이들이 입고 있는 옷에 있다. 특수 제작된 이 옷에는 신축성과 복원력이 뛰어난 소재인 ‘스판덱스’가 쓰인다. 국내 기업인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로 글로벌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3분기 매출 2조3882억원, 영업이익 4339억원을 거뒀다. 이 중 섬유 부문 매출액은 1조3532억원, 영업이익은 4118억원을 기록했다. 스판덱스가 포함된 섬유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30.4%에 달한다.

흔히 ‘스판’이라 부르는 스판덱스(Spandex)는 1959년 미국 듀퐁사에 의해 상업화되어 1962년부터 본격 생산되기 시작했다. 듀퐁의 자회사였던 인비스타는 라이크라(Lycra)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일찍이 스판덱스 성장 가능성을 알아챈 효성은 1997년 독자 기술로 스판덱스 공업생산을 시작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이 같은 성공의 배후에는 ‘독자 기술’에 대한 집념이 담겨있다. 1990년대 초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당시 후발주자로서 미국·독일·일본 등 스판덱스 제조 기술을 갖춘 국가들을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특허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독자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Q(Ques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꼬박 3년이 넘는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992년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후로도 2000년까지 Q6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독자 기술을 쌓는 데 주력했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 (사진=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 로고. (사진=효성티앤씨)

스판덱스는 나일론과 섬유를 혼합해 만든 소재다. 신축성이 뛰어나며 건조성과 내구성이 우수해 속옷이나 겉옷의 안감, 등산복이나 레깅스부터 청바지와 기저귀에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Creora)’는 경쟁사보다 탄력성이 뛰어나고 색 표현력과 초기 색상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강점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스판덱스는 중간재 섬유이기 때문에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효성티앤씨는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고 납품 기일을 제때 맞추기 위해 주요 대륙별로 해외 공장을 확대했다. 거대 내수 시장을 갖춘 중국·인도에 이어 미주·유럽·아시아 시장 수요를 겨냥해 브라질과 터키, 베트남 등에 생산 공장을 증설·가동하고 있다.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효성티앤씨는 현재 연산 14만t에서 20만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는 2018년 취임 이후 해외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효성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스판덱스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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