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월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 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씨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월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규성 발행인]이렇게까지 바뀔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우클릭을 두고 하는 얘기이다. 이 후보는 12일 전두환 전대통령을 향해 ”공과가 병존한다. 3저 호황을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건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일과 11일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 ‘산업화의 성과를 낸 대통령’‘과오가 있지만 산업화로 경제대국을 만든 공이 있다“고 말한 데 이은 것이다. 

 ‘군사쿠데테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 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언 뒤 광주 5.18 묘지를 찾아 전두환 비석을 여러 차례 밟으며 윤석열 후보를 저격했던 게 언제였나 싶을 지경이다. 보수의 심장이자 고향인 TK에서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말이 뒤바뀌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책적 입장 변화는 훨씬 드라마틱하다. 
 그는 12일 ”종부세가 부담되고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며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를 거론했다.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를 면제해주고 9개월안에 완료하면 절반면제, 12개월안에 완료하면 4분의 1 면제, 1년 지나면 중과 유지”라는 구체안도 내놓았다. 종부세에 대해서도 “시골 움막을 샀는데 다주택자가 돼서 종부세가 중과돼 억울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보완하는 것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하던 정책을 갑자기 바꾸게 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이 후보는 경지도 지사 시설인 지난해 7월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라며 4급 이상 도 소속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본부장급 이상 상근 임직원 등에게 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다그쳤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처분시한을 충분히 줬음에도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년 더 유예한다고 정책이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오히려 국민들은 고무줄 정책에 헷갈릴 뿐이다. 
 
 그는 이미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국민재난지원금 등 이른바 ‘이재명의 정책브랜드’를 “국민이 반대하면 안한다.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어렵다”며 철회했다. 유연함과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는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이 후보가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경제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열쇠고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이 후보 진영에서는 언론과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슈를 주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도 모르겠다.

 이 후보의 발언이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집토끼보다는 그에 우호적이지 않은 산토끼를 겨냥한 측면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 후보의 잇단 발언은 중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비판받고 있는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일정부분 거리를 두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임은 쉬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치관과는 결이 다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 등 전통적 지지층들은 충분히 이해해줄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실제 이해찬 전대표나 유시민 작가 등이 잇달아 이 후보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초접전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중도층에 조금만 더 소구력있는 정책을 내놓으면 승리는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경제정책들이 현실을 앞세워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에 민심이 꼭 이 후보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으로 지는 미지수이다.  당장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 후보를 꺼려하는 집단에서는 이 후보의 얘기는 ‘종잡을 수 없는 정책’으로 읽힐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금 강화에 반감을 갖고있는 다주택자들이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 준다고 해서 이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 되레 둘 다 놓치는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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