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1월 2일 아이디어리그 최종회를 통해 대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미지=대한상공회의소 갈무리)

[뉴시안= 남정완 기자]오디션 열풍이 뜨겁다. 이번에는 노래가 아니라 아이디어다. 대상 1명에게 1억원의 상금이 걸린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가 내달 2일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아이디어리그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아이디어 공모 오디션이다. 지금까지 총 4704팀이 지원했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선에 오르는 6팀이 최종 선정됐다.

30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업 CEO들이 직접 멘토를 맡은 6개 팀은 △코리아게임(멘토 최태원 회장) △사소한 통화(멘토 이유경 사장) △우리 동네 병원이 달라졌어요(멘토 김현정 부사장) △내 귀에 캔디(멘토 장병규 의장) △폐업도 창업만큼(멘토 권명숙 대표) △코스싹(멘토 정경선 대표)등이다.

아이디어리그 심사위원으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 이유경 포스코엔투비 사장,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김현정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부사장 등 국내 CEO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아이디어 공모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함께 때론 일침을 가하며 아이디어의 기술적 구체화와 수익 현실화 등을 캐물었다. 장병규 의장은 “좋은 아이디어는 그저 좋은 것들의 나열에 그쳐서는 안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기만의 뾰족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우리 사회를 바꿀 6개의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여러분 같으면 어느 아이디어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이디어리그에 최종 선정된 6개 팀. (왼쪽부터) 이봉주, 윤서영, 양명진, 김진현, 옥진호, 백명기, 김현재 참가자.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여행도 하고 지역도 살리는 보물찾기 AR 게임
‘코리아게임’은 지역 살리기 게임이다. 서울·수도권에 편중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지방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발표에 나선 중학생(15세) 윤서영 양은 “증강현실(AR) 기술에 지역만의 이야기를 합쳐 사람들이 재미와 보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인기를 끌고 있듯이 AR 게임을 통해 지역 여행도 하고 지역 콘텐츠 이용권이나 한 달 살기 쿠폰 등을 보상으로 얻는 경험이 늘어나면 자연히 지역 경제와 문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멘토를 맡은 최태원 회장은 게임에 구체적으로 지역 상품과 여행·숙박 등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 실제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간단한 통화만으로 부모님의 치매 걱정 끝
‘사소한 통화’는 종합상사에 근무하는 이봉주 씨의 아이디어다. 부모님의 건강, 특히 치매에 대해 걱정하는 자녀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진다. 부모님과 평소 영상통화로 주고받는 대화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치매 여부를 알려주는 앱이다. 이봉주 씨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단계를 낮출 수 있다”며 “가까운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 시스템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치매와 관련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이 부담해 온 의료·요양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해 왔다. 민간 차원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서비스 확대에 기대가 크다.

# 맞춤 진료부터 비대면 의료처방까지
‘우리 동네 병원이 달라졌어요’ 팀은 본선에 오른 두 팀(넥스트레벨 메디신, 닥터 나이트)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현직 의사인 김진현 씨와 자동회사에 근무 중인 옥진호 씨는 생활 속 가까운 곳에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놨다. 환자들이 병원을 어렵게 찾아 의사와 실제 대면하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3분 진료’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의 현재 증상과 과거 진단 정보 등을 제공하면 최적화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말과 야간 등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 시간대에 가벼운 질병의 경우 비대면 의료처방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김현정 멘토는 “의료 관련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규제 사업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조언했다.

# 좋은 말만 듣기에도 짧은 인생
‘내 귀에 캔디’는 공기업에 근무 중인 양명진 씨의 아이디어다. 우리 사회의 감정 노동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업무상 경험하는 스트레스 강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왔다. 비대면이라는 특성 탓에 수화기 너머로 욕설과 고성이 흔한 일상이 됐다. 양명진 씨는 “통화 중 비속어·욕설 등을 실시간 필터링 기술을 통해 처리해 감정 노동자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규 멘토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치중해야 한다”며 실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적 조언과 함께 크래프톤의 데이터 축적 사례 등을 공유했다.

# 폐업의 그림자에 짓눌리지 않게
‘폐업도 창업만큼’은 실제 카페 창업과 폐업 경험을 가진 자영업자 백명기 씨의 아이디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충이 절박하게 다가온다. 지난 2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11.3%)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2.7%)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속내는 겉보기와 다르다. 폐업하면 그나마 받을 수 있는 손실 보상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백명기 씨는 “문을 닫는 카페나 골목식당을 위한 커뮤니티·거래장터가 필요하다”며 “폐업할 때 기존 가구나 집기의 묶음 거래 지원이나 부동산·상권 정보 등을 제공해 폐업하더라도 재도전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명숙 멘토는 창·폐업 관련 플랫폼을 만든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들을 모아 발전·지속 가능성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우리 농업 지키기는 종자 육성부터
‘코스싹’은 언뜻 코스닥을 연상시키지만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을 지키자는 아이디어다. 새싹의 줄임말인 ‘싹’은 종자를 뜻한다. 아이디어를 냄 김현재 씨는 “양파·고구마·귤 같이 매일같이 우리 밥상에 오르는 농산물의 종자 상당수가 해외에서 온 것”이라며 “종자 투자 플랫폼을 만들어 지난 여름 인기를 끈 샤인머스캣 같은 종자를 육성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해 1500억원의 비용을 종자 로얄티로 해외에 지급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기술을 통해 농업을 진보시키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아이디어리그 최종회는 1월2일 오후 3시 40분부터 80분간 SBS를 통해 방송된다. 공모전의 상금은 대상 1억원을 포함해 총 2억2900만원이며, 수상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면 수상자는 최대 4.5%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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