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나해 기자]한국의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지만 사회 보장 제도의 도입과 발전은 더디기 짝이 없다.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 체계가 계속될 경우 30년 뒤에 국민 연금 수령이 가능해지는 90년대생들의 수급 가능 금액은 0원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통계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기존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 김용춘 고용정책팀 팀장은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인구구조의 변화, 빠른 고령화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됐기 때문에 연금고갈이 빠르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약간 지난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계산하면 2055년 수령 예정인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는 2020년 19.4명에서 2050년 93.1명으로 5배 급증할 것으로 집계돼 90년생들의 연금 수급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국민연금공단에서도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라 2057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출산률과 경제성장률, 경제활동 참가율 등 경제지표 모두 당시 가정보다 크게 미달돼 국민연금 고갈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국가가 지금 당장 연금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세금이 전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부모라면 자녀의 결혼이나 사교육, 대학등록금, 주택구입 등으로 모아놓은 돈을 대부분 지출하게 된다. 이에따라 현재 2030 세대는 부모의 노후와 본인의 노후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녀 세대는 비정규직이 기본이고 취업 시장이 얼어 붙어 수입이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데다 물가와 세금, 보험료까지 올라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 MZ세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아이를 낳지 않게 되므로 미래 인구수는 더 줄어 현 세대의 연금을 대줄 미래세대도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2년 기준 17.3%로 G5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고,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의 37.0%를 차지하며 고령화 대국인 일본(36.8%)마저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출생률 0.84인 한국의 보험료 세율을 계산하면 미래 세대들이 부담해야 할 18년도 기준 조세부담률 19.9%에 35~37% 수준의 보험료율까지 더해지면 국민연금을 위해 임금의 50%가 넘는 금액을 납세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얘기다.

뿐만 아니라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0.4%로 집계됐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37개국 중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주요 5개국(G5) 평균인 14.4%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우리나라 다음으로는 미국(23.0%), 일본(20.0%), 영국(15.5%), 독일(9.1%), 프랑스(4.4%)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노인의 10명 중 4명이 빈곤층에 해당할 정도로 유독 높은 노인 빈곤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대표 공적 부양 제도인 노령 연금 제도의 도입이 매우 늦고 발전이 더뎌 국민연금으로 삶을 영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후 주요 소득원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 소득 비중은 25.9%로 G5 평균인 56.1%보다 1/2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사적 연금 소득 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 수준) 역시 2020년 기준 35.4% 수준으로 G5 평균(54.9%)을 크게 하회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노후 소득의 절반 이상(52.0%)을 근로 소득에 의지하고 있다.

사적 연금 역시 G5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편이었다. 국내 15∼64세 중 사적 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7.0%에 불과해 이 역시 G5 평균 55.4%을 크게 하회했다. 한경연은 낮은 연금 가입률의 원인으로 낮은 세제 지원율(한국 19.7%·G5 29.0%)을 꼽았다.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소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세제 지원 확대 등의 공ㆍ사적 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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