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소종섭 편집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대선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생경한 풍경이다. 윤 후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원론적인 얘기”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전략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위기다. 여권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층의 결집 강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에서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한 표면적인 이유는 9일 보도된 윤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이다. 이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는가.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매우 부적절하며 불쾌하다. 아무리 선거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대응이었다. 이례적인 것은 대통령의 사과 요구 발언이 나온 점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0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립’을 강조하며 발언을 자제해왔던 청와대의 태도에 견줘보면 청와대와 대통령의 발언은 강도가 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윤 후보의 발언 중 ‘적폐 수사’ ‘검찰을 이용한 범죄’ 대목이 청와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정치 보복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단다. 기가 막히다”라고 칼럼에 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보고 정면 대응을 한 것이다. 두 번째는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 나온 청와대의 반응은 의도와 관계없이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런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최근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여권이 ‘지지층 총력 결집’으로 들어간 흐름과도 닿아 있다. 세 번째는 윤 후보에 대한 일종의 ‘방어 효과’다. 그동안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왔는데 이에 대한 방어막을 청와대가 친 상황이 됐다. 여권의 틈새를 벌리려는 윤 후보의 공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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