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당 원화값이 3년 만에 1000원 아래로 내려간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당 원화값이 3년 만에 1000원 아래로 내려간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뉴시안= 김나해 기자]미국 달러, 독일 마르크화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의 가치가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100엔당 1000원이 무너졌다.

한국외환거래소에 따르면 30일 현재 엔화는 100엔당 993.32원에 거래되고 있다. 28일에는 985.87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도 환율방어선인 ‘1달러=125엔’이 무너져 달러당 125~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엔화는 기축통화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며, 전쟁이나 경제 위기 등 투자 심리가 나쁠 때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요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가치있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글쎄' 라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온다.

엔화 약세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것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일본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다.

일본은 과거 20년 넘게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다. 2012년 아베 정권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융 완화 정책를 펴왔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 정책 결정 회의 이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8%, 유럽은 6%에 가까운 반면 일본은 1%가 채 안 된다.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정책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일본이 따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동시에 일본은행이 자국 채권 금리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한 것이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자산구조가 변한 것도 엔저 현상에 한 몫 했다. 일본 내 재산들이 현금, 주식 등 가처분 자산 비중이 높았던 구조에서 해외 직접투자, 비트코인 등 외화 헷지용으로 자산 구조가 변화하면서 단기 유동성 여력이 약화됐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걸쳐 누적된 무역 적자에 더해 국제 원유와 원재자 수입 가격 부담이 엔화를 찍어누르고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가장 심한 나라중 한 곳이다.  2021년도 기준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257%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국가 위상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일본은 미국과 플라자 합의 이전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15%가 넘는 막강한 경제 대국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중국의 위안화가 엔화를 대체하면서 엔화는 글로벌 안전자산 순위에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어 일본 제품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본과 경쟁 중인 국내 자동차ㆍ조선ㆍ전자 등의 업계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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